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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Feb 10. 2023

반찬과 안주사이

반주를 즐기는 부녀

굴이 한 봉지는 5천 원. 세 봉지는 1만 원 이랬다.

'누가 먹겠어?' 하며 한 봉지만 사 왔다. 씻어서 초장을 준비하고 굴전을 했다. 딸은 굴전과 생굴을 번갈아 가며 먹기 시작했다. 밥도 아직 안 됐는데.

생굴은 다 먹었다. 굴 전은 2개 남았다. 아직 밥도 안 됐다니까.

.

아빠는 반주를 즐겨했다. 우리 집 저녁상은 그래서 늘 반찬인 듯 반찬 아닌 안주 같은 함께였다. 어릴 때는 안 먹던 반찬인데, 아니 안주인데 말이다,

"굴 무바라 마시따"

"실타"

"무바라"

"비린내 난다. 치아라"

젓가락으로 하나 들어 내 밥그릇에 놓아주던 아빠를 무안하게 하던 나는  어려서 안 먹던 굴 전을 맥주 마시며 다 비웠다.

.

피는 못 속이나?

비릿한 굴전이 좋고 밥 먹을 때 먹는 술이 제일 좋다. 점심 먹으러 가서 술을 먹자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에 빠진다. 술 때문인지, 굴전 때문인지 반주 한 번 해보지 못한 아빠가 생각난다. 22년이나 못 봤는데 이렇게 자주 생각나고 눈물이 나는 건 피를  속여서인가 보다.

.

나중에 만나면 말해줘야지.

"아빠 나도 반주가 조터라. 굴 전도 맛있드라. 이제 잘 묵는다"

아빠는 대답 없이 소주를 따서 따라주겠지. 나는 그 술을 받아 마시며 살면서 아빠 없어 서러웠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일러바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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