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견이 뭐 어때서

by 이효진

진이와 산책 중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얘는 종이 뭐예요?"


짧은 다리, 크고 쫑긋한 귀, 길고 풍성한 꼬리털

흔히 보지 못하는 비주얼에 사람들은

각자 예상하는 바를 이야기한다.


"웰시코기 같은데?"

"웰시는 아니야, 진돗개 같은데?"


열띤 토론을 조용히 듣던 내가

"믹스견이에요" 하고 이야기하면

"아~ 믹스견.." 하는 탄식(?) 섞인 반응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수많은 고아들이 발생했다.

이 시기를 중심으로 국제 입양이 시작됐고,

국가 주도의 입양이 확대되면서

1980년대에는 '해외입양의 절정기'를 맞았다.

한 해 최대 8,000명 이상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주로 미국, 캐나다, 유럽으로 보내졌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아이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강아지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믹스견은

크기가 커질수록 입양 순위 끝에 놓인다.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되고,

운 좋게 안락사를 피했다고 해도

좁고 낡은 보호소 철창 안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이

보호소 개들의 고달픈 삶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고달픈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바로 국경을 넘어 존재하는 낯선 타인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외면한 먼 땅의 믹스견을 한 생명으로 바라보고,

그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각오로 입양을 결정한다.




사실 나는 '강아지는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혼자 두면 안된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달라졌다.


1인가구여도 혹은 반려견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지라도

그 외의 시간은 온전히 반려견을 위한다면,


사는 동안 집안의 온기와 가족의 사랑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채

보호소에서 평생을 보내는 삶보단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삶을 기다리게 하고, 미루고, 때로는 포기하게 만든다.

하지만 완벽한 환경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마음을 내어 한 생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입양은 조건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고,

그 시작은 불완전한 둘이

서로를 향해 한걸음 다가가는 순간이다.


내가 가진 하루의 시간, 마음의 여유,

그 소박한 것들이 어떤 생명에게는

삶 전체를 바꿀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믿게 되었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먼저 건네는 것이라고.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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