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를 보고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 감정의 끝에는,
이 작은 생명을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책임감이 놓여있다.
한 점의 빛이라도 들어올까 싶어
창문을 도배했던 검정시트지를 떼기로 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나는
햇빛조차 두려워 창문에 검정 시트지를 붙이고
깊은 절망 속에 스스로를 감추고 있었다.
그런 내가, 진이를 위해 시트지를 떼고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산책하지 못하는 진이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은 때로 사람을 무겁게도 하지만,
단단하게 만든다.
시트지를 떼낸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진이는 실외배변을 고집한다.
집 안 곳곳 패드를 깔아 두었지만, 거들떠보지 않는다.
"화장실을 참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집에서 볼 일을 보고 싶지 않은
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날 이후, 나는 진이와 함께 매일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픈 날에도, 술에 취한 날에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나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지만,
그 아이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진이의 세상만 달라진 게 아니다.
나의 삶도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늘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내가,
진이와 함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행복을 느끼고,
그날의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길고 어두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