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요즘.
진이는 하루 중 조금이라도 덜 뜨거운
아침 9시, 저녁 7시, 새벽 1시에
산책을 하고 있다.
아이스팩을 넣은 옷을 입고
찬물을 마셔도
더위에 지쳐 얼마 못 가 주저앉아버리는 진이는
내리쬐는 햇볕이 꽤나 미운 것 같다.
이렇게 더운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기억.
10년 전, 인천 강화도의 반려견 동반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여름 무자비한 더위를 피해
사람들과 반려견들이 모여든 카페 안은
시원한 공기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가는 길
카페 주차장 펜스 너머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뙤약볕 아래,
집도, 그늘도, 물도 없이
몇 걸음 움직일 수도 없는 짧은 목줄에
그야말로 세상의 한복판에 홀로 덩그러니 묶여있었다.
시골에 살아본 적도 갈 일도 없었던 나는
1m의 삶을 살고 있는 개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공허한 눈.
고작 펜스하나를 사이에 둔 개의 삶은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천국과 지옥
안과 밖
따뜻함과 외로움.
처음엔 물이라도 주고 올 걸하고 들었던 생각이
차라리 목줄을 잘라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다른 개가 또 그 자리를 채웠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커졌다.
그날 이후,
나는 ‘1미터의 삶’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품고 살게 되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짧은 줄에 묶여 살아가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고작 몇 걸음.
햇볕도, 비도, 눈도 피할 곳 없이
그 자리에 묶여 하루를 버틴다.
물그릇은 말라 있고,
밥그릇엔 곰팡이가 핀 채
마당 한편에 방치된 삶.
그늘이 없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겨울엔 바람을 피할 작은 집조차 없는 개들도 많다.
하지만 더 참담한 건
그 개들이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개를 '집 지키는 도구'로 생각하고 이용한다.
"개는 밖에서 키우는 거야",
"크니까 묶어놔야지"
1미터의 삶을 사는 개들은
반복되는 외로움과 무기력 속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움직이고, 느끼고, 원하고, 기억하는 존재임을
이 사회가 조금씩 더 알아가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개들이
단지 ‘살아있는 존재’ 아니라
제 몫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존재’로
존중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