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구조자님이 물었다.
“남자친구 있어요?”
없다고 하자, “강아지 키우면 연애하기 힘들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땐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과 연애가 무슨 상관일까.
진이를 예뻐하던 그 남자는
당시 엉망이던 내 삶을 이해해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이로 인해 다투는 일이 늘어났다.
그에게 진이는 우선순위를 빼앗는 얄미운 존재였고,
나는 개에게 유난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다 이해하겠다던 말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난이 되어갈 때
마음 한구석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별 뒤엔 가끔 생각했다.
‘정말 내가 유난한 걸까.’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그 생각에 답을 얻었다.
결혼을 앞두고 “그럼 강아지는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을 들은 사람이
“난 너보다 개가 더 소중해”라고 말하며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한 이야기였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마주한 선택.
그 정도의 결단 없이 함께한다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지도 모른다.
— 김나미, 『개에게 배운다』 p.165
이제는 안다.
진이를 향한 호의가
우리 사이를 지키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더 분명하게 안다.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책임질 삶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걸
그게 나의 삶이고, 나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