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

by 이효진

요가원에 다녀오는 두 시간을 빼면

나는 하루 22시간을 진이와 함께 보낸다.

주말에는 그 두 시간마저 빼지 않으니

온전히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셈이다.


반려인이 되기 전,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걸었다.

'함께'보다는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었다.


진이는 어땠을까?


다섯 형제 중 가장 소심하고 약했던 아이.

구석에 몸을 웅크린 쭈글쭈글한 진이의 모습이

어쩌면 내 마음을 더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진이가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성이 넘치는 강아지가 되길 바랐다.

대기 없이는 들어가지 못하는 유명한 유치원에 이름을 올려 두고,

새로 개원하는 유치원의 입학설명회에 참여했다.

단 하루뿐인 휴무엔 왕복 60Km를 달려 어질리티 교육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이의 마음보다

내 바람이 앞섰던 선택들이었다.


실제로 진이는 집을 좋아한다.

다른 개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고요히 머무는 걸 좋아한다.

나는 늘 '밝고 사교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진이가 원하는 삶은 훨씬 조용했다.


아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진이를 쭉 지켜봐 온 수의사 선생님도 말했다.

"진이처럼 독립적인 강아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개도, 사람도,

자신만의 고요가 있어야 다시 세상과 마주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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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찜질 중인 진이


바닷가에 가면 진이는 물에 들어가기보다

모래 위에 몸을 눕히길 좋아한다.

강아지들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다가오는 것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그게 진이의 방식이고, 진이의 평화다.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안해 진이야

앞으로 요가원에 가지 않는 주말에도

하루 두 시간은 꼭 너의 시간으로 비워둘게

너만의 시간을 만끽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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