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와 맺는 유대는, 이 땅의 어떤 인연만큼이나 오래간다.”
— 콘라트 로렌츠, 『사람과 개(Man Meets Dog)』
함께 있는 나와 진이를 보며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전생에 진이한테 덕 본 게 많나 봐. 지금 그걸 갚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불교에서는 그 길을 '윤회'라 부른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사의 순환.
존재의 방식이 달라지며 이어지는 삶의 연속을 설명하는 이름.
그 길 위의 이전 삶을 우리는 '전생'이라 부른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유기견 보호소에 후원금이나 물품을 보낸다.
이때 보내는 사람 이름에는 내 이름 대신 '진이'를 적는다.
다음 생에는 진이가 사람으로 태어나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습관이었다.
그런데 오늘, 진이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나니
그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마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어도, 흙길의 작은 꽃이어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진이와 살며 어렴풋이 배우게 됐다.
다음 생이 있다면,
어떤 모습이든 진이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나
진이가 원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이 생의 사랑이
진이의 모든 생에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