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견 이야기

by 이효진
김보경,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p.17


나는 한 달에 한 번 헌혈을 한다.

공혈견에 대해 알게 된 후 미안한 마음과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연결의 따뜻함이 있다.




공혈견, 피를 위한 개들


공혈견은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사육되는 개를 말한다.

이들은 주로 민간업체나 일부 대학병원에서 관리되며,

국내에는 약 300~400마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공혈견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고 한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체중 1kg당 16ml 이하, 6주 간격으로 채혈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피를 뽑히는 경우도 있다.

법적 규제가 미비해 관리 감독이 사실상 어렵다.


공혈견들의 삶은 채혈의 주기로 흘러간다.




헌혈견과 공혈견, 자발성의 경계


공혈견과 헌혈견의 가장 큰 차이는 ‘자발성’이다.


헌혈견은 보호자와 함께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며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공혈견은 피를 뽑히기 위해 태어나,

평생 그 역할을 반복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같은 ‘헌혈’이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너무나 다르다.




제도의 빈틈, 그리고 인식의 부재


공혈견 문제의 근본은 제도의 부재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채혈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공식적인 헌혈 시스템이 정착되기 어렵다.

그 결과, 수혈용 혈액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공혈견에게 의존하고 있다.


반려견 헌혈에 대한 인식 또한 부족하다.

헌혈 절차나 조건, 혜택조차 모르는 보호자들이 많고,

개가 13종류의 혈액형을 가진다는 사실조차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그 무지 속에서,

공혈견은 여전히 ‘필요한 존재’로 남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공혈견 문제는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다.


건강한 반려견이라면 헌혈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

2~8세, 20kg 이상의 건강한 대형견이라면

한국헌혈견협회(kcbda.kr)에서 참여할 수 있다.


헌혈이 어렵다면 후원이나 정회원 가입으로

그 뜻을 함께할 수 있다.


진이는 몸무게가 되지 않아 헌혈을 할 수 없지만

한국헌혈견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해

작게나마 마음을 보태고 있다.


나 역시 헌혈을 하며, 나의 작은 도움이

어떤 생명에게 온기로 닿길 바란다.


우리가 조금만 더 마음을 내어 준다면,

더 이상 ‘공혈견’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 세상은,

모든 존재가 같은 생명으로 존중받는 세상일 것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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