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언제 기승을 부렸냐는 듯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코끝에 맴돈다.
적당히 따뜻한 햇살,
귓가를 스치는 낙엽 밟는 소리.
산책하기 좋은 날들,
아마 진이는 이 계절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
추워지기 전,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느끼고 싶어
나는 진이와 함께 천천히 걷는다.
길가에 흩어진 노란 잎을 밟으며 공원 한편으로 향한다.
진이가 마음에 드는 벤치를 발견하면
나는 그 옆에 앉아 진이의 털을 쓰다듬는다.
한참을 쓰다듬다 보면
진이는 만족한 듯 내 무릎에 고개를 기댄다.
햇볕에 비친 진이의 털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그 예쁘고 소중한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를 켜지만
진이의 반짝임을 모두 담기엔 조금 모자라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가방에서 꺼낸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책 한 장을 넘기며
나는 평온한 오후 속에 머문다.
아무런 걱정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금 이 시간에만 온전히 존재하는 순간.
요즘의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