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와 함께하는 다섯 번째 가을

by 이효진

무더위가 언제 기승을 부렸냐는 듯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코끝에 맴돈다.


적당히 따뜻한 햇살,

귓가를 스치는 낙엽 밟는 소리.


산책하기 좋은 날들,

아마 진이는 이 계절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


10월의 어느 날, 진이


추워지기 전,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느끼고 싶어

나는 진이와 함께 천천히 걷는다.


길가에 흩어진 노란 잎을 밟으며 공원 한편으로 향한다.

진이가 마음에 드는 벤치를 발견하면

나는 그 옆에 앉아 진이의 털을 쓰다듬는다.


한참을 쓰다듬다 보면

진이는 만족한 듯 내 무릎에 고개를 기댄다.


햇볕에 비친 진이의 털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그 예쁘고 소중한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를 켜지만

진이의 반짝임을 모두 담기엔 조금 모자라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가방에서 꺼낸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책 한 장을 넘기며

나는 평온한 오후 속에 머문다.


아무런 걱정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금 이 시간에만 온전히 존재하는 순간.

요즘의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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