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감상
1. 관람 목적
이번 전시 관람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과 특성을 이해하고, 전통성과 현대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도자 예술의 조형적·철학적 깊이를 느끼며, 현대 도예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하는 학습적인 관심에서 출발했다. 도자전시회를 알아보던 중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의 도자 전시회를 알게 되었고, 관람하게 되었다.
2. 전시 개요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은 한국 현대 도자공예를 대표하는 작가 74인의 작품을 집대성한 대규모 특별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025년 봄에 개최되었다.
전시는 네 가지 주제 ― 「형태의 실험」, 「기능과 장식의 경계」, 「전통의 재해석」, 「흙의 서사」 ― 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한국 현대 도자공예가 보여주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입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번 전시는 도자기를 단순한 실용품이나 공예품에 한정하지 않고, 조형 예술이자 철학적 사유의 매체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통 백자와 청자의 미감에서부터 회화적 감각이 가미된 현대 조형물, 실험적인 설치 작품까지 아우르며 도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자리였다.
3. 사전 작가 탐구 및 주요 감상 작가 – 유의정
전시 관람 전, 사전 조사를 통해 참여 작가들 중 일부를 미리 알아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이 갔던 유의정 작가는 도자의 전통적 형식을 해체하고 재조립함으로써, 도자공예를 현대적 시각으로 확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전통 백자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유약의 흐름과 표면의 왜곡을 통해, 도자기 안에 잠재된 긴장감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개인전 ‘네이키드’, ‘금은보화’ 등을 통해 작업 세계를 탐색한 결과, 유의정 작가는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도자를 통해 사회적 은유와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서울의 갤러리 지우헌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작업은 도자를 사유와 질문의 매체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지닌다. 그는 “전통 도자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말하며, 관람자에게 사유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을 예술의 본질로 삼는다. 그의 대표작 ‘신-청화백자 포도문 대호’와 ‘신-백자철화 운룡문 호’는 단아한 전통 백자의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유약의 흐름과 표면의 균열을 통해 운동감과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해체는 전통 안에 내재된 정서와 감정을 폭발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매우 인상 깊었다.
사전 조사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한 덕분에, 실제 전시에서는 감각적인 접근을 넘어 보다 철학적인 해석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도자공예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음에도, 준비 과정에서의 탐구가 전시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었고, 유의정 작가의 작품을 단순한 감상을 넘어 조형 예술로 재해석할 수 있는 시각에 도전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더욱 키워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품으며 관람을 이어 나갔다.
유의정
<고조진품(高朝眞品) – 주자(注子)>
4. 전시의 구성과 역사적 맥락
이번 전시는 시기별 흐름에 따라 구성되고 도자공예의 변화를 시간의 축 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1950년대 전통의 복원과 실용 도자의 출현부터 80-90년대의 조형 예술로의 전환, 그리고 21세기 이후 도자의 다원성과 사회적 역할까지 전개되며, 한국 현대 도자공에의 발자취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특히 ‘정체성의 추구’, “예술로서의 도자‘, ’움직이는 전통‘이라는 세 시기를 통해,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함께 ’움직이는 예술‘로 살아가게 하는 작가들의 노력과 철학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안내 책자에 나온 내용이다.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한국인에게 도자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천하제일 비색청자’와 ‘달항아리’는 한반도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민족적 상징이다. 도자공예는 ‘시대와 환경의 필요에 따라 도기와 자기로 생산된 인공물’로서, 우리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표상이 되어 왔다.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전시는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도자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 환경에서 새롭게 변화하며 다양한 역할을 해온 도자공예의 모습을 조명한다. 해방 이후 한국은 수많은 격변기를 지나왔으며 도자공예 역시 그에 대응하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 도자에서 전통의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미술사가 고유섭(1905-1944)은 전통이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는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롭게 파악된 것’으로 정의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공예가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그 역할을 이어왔는지 탐구하고자 했다. 전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며, 전통 도자, 도자 조형, 설치 등 다양한 유형의 도자공예의 모습을 선보인다.
● 프롤로그 : 현대성의 태동
일제 강정기의 그늘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자 했던 1950년대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시기였다. 특히 세 연구소의 활동이 주목되는데, 이 중 국립박물관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는 간송미술관 부지에 ‘성북동가마’를 운영하였고,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연구소는 ‘대방동가마’를 운영하여 조선백자와 고려청자를 재형 또는 재해석한 도자기를 생산하였다. 이와 함께 국가 산업 발전을 목표로 한 한국공예시범소는 수출용 도자기를 개발하였는데, 이 시기 연구원들은 미국 유학을 거쳐 대학 도자공예 1세대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 도자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비록 1950년대 도자 제작 환경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으나, 이들 연구소의 활동은 현대성을 주체적으로 모색하며 한국 도자공예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부. 정체성의 추구
한국 도자공예는 1960-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현대적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960년 4.19 혁명과 1961년 5.16 군사정변을 거쳐 수립된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했고, 이와 맞물려 등장한 민족중흥 정책은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대 도자공예는 전통미의 해석과 수용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으며, 도예가들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창작의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또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도자 수출이 증가하고, 서구에서는 한국 전통 도자에 관한 관심이 민속 문화의 맥락을 바탕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도자공예의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마련되었다. 1부. 정체성의 추구 섹션에서는 전통을 현대적 조형성으로 재해석한 도자 작품을 비롯해, 화가와 도예가의 협업으로 제작된 도화, 건축 도자, 그리고 관련 영상 다큐멘터리를 포괄적으로 다뤘다.
2부. 예술로서의 도자
‘88 서울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는 도예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는 국제적 예술 양식을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지원을 본격화했다. <동서현대도예전등 대규모 국제 교류 전시와 워크숍이 열리면서 대학을 졸업한 작가들은 아케데믹한 영역에서 도예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전승 도자라는 오랜 무형유산과의 각극은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도예가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예술적 욕구를 비탕으로 현대 예술가로서 새로운 표현 양식을 추구했다. 그 결과, 1980-1990년대의 한국 도자공예는 도자의 조각적 특성을 강조한 ‘도자 조형’과 개인이 운영하는 공방 시스템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공방 공예’ 형식이 일반화되었다.
3부. 움직이는 전통
21세기에 들어 중앙정부의 문화 주도권이 지방 자치로 분산되면서, 문화 향유의 다양성이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도자계는 지방 자치의 출자로 시작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1999-)와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현 경기도자비엔날레(2001-)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편, 이 시기를 기점으로 현대 도자공예는 타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모더니즘적 가치와 미적 추구에서 벗어나 다원화, 혼종성, 탈식민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순수 예술, 공예 등 장르적 정체성을 구분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한 예술 가치의 평가는 점차 무의미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표현 양식 속에서도 개인적 혹은 역사적 전통을 어떻게 수용하고 경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오늘날 도자공예는 도자가 어떻게 사용되는가의 문제보다 인간의 삶, 사회, 문화 속에서 도자의 위치와 역할을 조망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명하는 공예적 ‘아이디어’의 실천을 보여 준다.」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 안내문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을 되새기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슬픈 역사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해 온 많은 분들의 헌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는 나라 전체가 힘든 시기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도자공예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성북동가마, 대방동가마 같은 곳에서 전통 도자를 다시 만들고, 수출용 도자도 개발했다는 걸 보면서 도자기가 단순히 예술작품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산업 모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분야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기반 덕분에 지금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도자공예 교육도 생긴 거라는 생각에,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부. ‘정체성의 추구’를 보면서 도자공예가 단순히 옛 것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새로운 감각과 생각을 담으려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도예가와 화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나 건축 도자 같은 시도는, 도자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아직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시기의 작가들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걸 만들려 노력했던 마음이 전해져서 더 진지하게 작품을 보게 되었다.
2부. 예술로서의 도자를 보면서는 ‘1980~90년대 도자공예가 단순한 공예를 넘어서 예술로 자리 잡으려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와 교류하면서 한국 도자공예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갔다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 예전엔 도자기가 그저 실용적인 그릇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작가들이 그 안에서 조형성과 예술성을 찾으려 했다는 걸 보면서 도자도 회화나 조각처럼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는 걸 알게 되어, 이제는 전시를 볼 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의도나 감정까지 더 생각해보게 된다.
3부. 움직이는 전통을 관람하면서는 21세기에 들어 도자공예가 단순히 예쁜 그릇이나 장식품을 넘어서, 사회나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예술이 되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다. 청주공예비엔날레나 경기도자비엔날레 같은 큰 행사를 통해 도자기가 새로운 언어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전통’이라고 하면 고정된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그 전통도 계속 움직이고 변한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도자공예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 있는 예술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5. 전시를 통해 느낀 점
이번 전시는 도자공예가 단순한 장인의 솜씨를 넘어, 동시대적 예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도자기가 기능에서 형상, 나아가 의미의 매체로 확장되는 변화가 인상 깊었다.
한국 전통 도자의 유구한 역사와 미학은 여전히 현대 작가들에게 중요한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작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고 있었다. 도자기 자체가 가진 ‘재료의 성질’이나 ‘물질적 특성’ 즉 단순히 도자기라는 재료가 가진 형태나 촉감 같은 물질적 특성뿐만 아니라, 그 위에 작가가 표현하는 감정과 상징, 의미나 사회적 메시지를 덧입히는 시도는 앞으로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6. 결론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전시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전통과 현대, 기능과 예술, 물성과 사유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 도자공예가 단지 ‘옛것을 계승하는 공예’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맥락과 예술적 질문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동시대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와 닿았다.
전통적 재료인 흙과 유약은 각 작가의 손을 거치며 감각적인 형태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거듭나 있었고, 이를 통해 도자공예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 예술 못지않은 표현의 자유로움을 지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작가들이 자신의 사유와 시대의 목소리를 도자라는 매체에 어떻게 새기고 있는지를 목격하면서, 예술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점을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