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6
개혁, 개방 이후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훠궈 전문점’이나 ‘양고기 전문점’ 같은 중국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 현지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중국음식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 진출한 중국교포들의 역할도 간과할 수는 없다. 이제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훠궈 전문점’이나 ‘양꼬치 전문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중국 외식기업의 직접 진출도 늘고 있어서 ‘변태 서비스’로 유명한 대형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 같은 음식점은 서울 강남과 강북에 이미 직영점을 두 개씩이나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청요리라고 부르기도 했던 한국화 된 중국음식점(일명 짜장면집)의 음식을 오랫동안 정통 중국음식으로 알고 즐겼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중국음식점은 우리 세대가 처음으로 외식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특별한 추억의 장소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하여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나 ‘양꼬치’처럼 현재 중국에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중국음식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나는 중국음식 ‘훠궈’가 최근 한국 외식시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소멸된 많은 음식 업태들처럼 일시적인 현상(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근본적인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음식이나 음식 업태들의 생명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첫째, 음식이 전통과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 건강과 같은 중요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셋째는 음식이 진출하려는 다양한 지역의 특성이나 문화, 식재료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는 이러한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훠궈’는 중국의 전통음식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이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대중음식 ‘훠궈(火鍋)’는 본래 사천(四川) 지방의 충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훠궈’와 관련된 음식 스토리는 중국 송나라와 원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다. 예로부터 사천지역은 여름이면 무려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 찜통 같은 더위를 견뎌내기 위해 즐기던 향토 음식이 바로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다.
‘훠궈’는 사천의 매운 고추와 산초나무 열매를 사용한 돼지고기 육수(홍탕)를 펄펄 끓여 1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식재료를 살짝 익혀먹는다. 한국의 삼계탕과 같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여름철 보양식인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한약재를 넣어 맵지 않은 백탕도 개발되어, 홍탕과 백탕이 하나의 냄비에 칸을 나눠 제공되고 있어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역사와 전통, 스토리가 확실한 음식은 요즘처럼 융. 복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이나 트렌드가 난무하는 시대에 특히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문화와 음식 같은 것들이 운이 좋아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더라도 유행처럼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지만 역사와 전통, 스토리가 확실한 음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훠궈’는 건강한 대중음식이다.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는 다양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채소, 버섯, 양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와 해산물처럼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음식이다.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훠궈’ 중에는 중국 각지에서 나오는 약 30~100여 가지 버섯을 이용한 ‘버섯 훠궈’가 있다. 특히 ‘버섯’은 건강한 식재료로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오늘날 ‘헬스’나 ‘뷰티’는 음식은 물론 의료, 미용, 운동과 같은 산업 전 분야에서 고르게 나타나는 트렌드이며 글로벌한 기업들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흐름이다. 어느 특정한 분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헬스’나 ‘뷰티’ 트렌드 기반한 ‘훠궈’의 경쟁력은 지속될 것이다.
‘훠궈’는 지역과 문화,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북경식 훠궈’는 동북지방에서 시작된 ‘북방식 훠궈’다. 한국의 신선로와 같은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사천식 훠궈’와 크게 다른 점이다. 식재료는 얼린 두부, 완자, 양고기, 당면과 같은 것을 주로 사용한다. 다른 지역보다 식재료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독특함이 느껴진다.
‘광동식 훠궈’는 생선과 해산물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대 두어(大頭魚)를 사용하여 일명 ‘어두 훠궈’라 불리는 ‘광동식 훠궈’는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각지의 음식이 광동지역으로 전해지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매운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광동 사람들은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어두 훠궈’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훠궈’는 지역과 문화,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이제 ‘훠궈’는 13.7억 중국인의 대중음식을 넘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떤 나라나 지방의 향토음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운이나 분위가 무르익어야 하겠지만 남다른 점도 있어야 한다. 이때 음식의 맛은 물론 역사와 전통을 담은 스토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건강한 음식이어야 한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음식이 진출하는 지역과 문화와 충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컬푸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음식이라면 경쟁력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훠궈’는 전통과 스토리를 갖춘 음식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건강과 같은 중요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훠거’가 진출하려는 지역의 특성이나 문화, 식재료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모든 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글과 사진 - 진 익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