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이제는 누구나 미디어를 가지고 자신의 메시지를 사람들을 향해 발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 소비자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 '관종'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죠.
사람들에겐 몰래 남의 삶을 훔쳐보려는 '관음증'의 성향도 있지만, 타인의 관심과 시선을 받고자 하는 '관종'의 성향도 본능처럼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재미의 발견'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올해 출간된 신간인데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들이나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마친가지입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콘텐츠를 올리고는 있는 데, 내용의 유용성만 생각해서 그런지 스스로 생각해도 재미는 별로 없었거든요. ^ ^;;
'재미의 발견'의 저자는 문화부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많은 책과 사람, 콘텐츠와 미디어를 접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죠. 저자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꿈이어서 책의 주제인 재미를 찾아 다녔고, 여러 해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고쳐 쓴 책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공통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거기에 특. 전. 격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까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었죠. 사람들은 콘텐츠를 소비할 뿐이었습니다. 희소성때문에 언론과 방송은 권력이 되었죠.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이죠.
미디어가 된 사람들은 고민은 이제 재미있는 콘텐츠 만들기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와 내용, 형식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저 역시 매일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저절로 구독버튼을 누르게 콘텐츠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이하거나, 생각이나 의미가 바뀌어 버리게 만들거나,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바뀌는 '특, 전, 격' 말입니다.
현재 의식이 특. 전. 격에 의해 과부하 돼 소위 '랙'이 걸려버리면 잠재의식은 그저 특. 전. 격을 만들어낸 대상에 당황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콘텐츠가 재미있으려면 특이해야 합니다. '보통'의 지점에서 가능한 멀리 벗어나야 합니다. 특이할수록 사람들은 당혹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특이함은 익숙한 장르를 파괴하거나, 장르 뒤섞어 버리거나, 등장하는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저자는 관종 행위, 힙한 갬성 같은 것들이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특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무언가는 곧 생각을 바꾸는 무언가(전의)입니다. 그리고 전의의 효과는 당혹과 집중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시, 패러디, 슬랩스틱, 아재개그, 리액션, 스포츠 같은 것이 재미있는 것은 '의미 변화'를 통해 당혹과 집중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는 은유를 통해 본 뜻은 숨기고 유추나 암시에 따라 다른 사물이나 관념으로 대치하면서 의미가 변화하고 당혹과 집중을 만들고, 아재개그는 특유의 썰렁함으로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며, 슬랩스틱 같은 몸개그는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으로, 미스터리물은 뜻 밖의 변화로 인해, 스포츠는 빠른 전의 속도로 인해, 리액션은 같은 장면이라도 관객들의 리액션을 통해 '의미 변화'가 생겨난다는 겁니다.
"더 많은 시청자의 당혹과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플롯을 그저 도입하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캐릭터나 소재, 배경 설정에 특이점을 주든, 플롯에 트위스트를 주든, 두 가지 이상의 플롯을 절묘하게 섞든, 플롯이 일으키는 겪변의 폭을 더욱 크게 만들든, 특. 전. 격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TV 드라마는 매회 결말부에 격변을 일으킵니다. 재미 즉 시청자의 당혹과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서죠. 그래야 다음 회를 기다리겠죠?
저자는 플롯(사건을 전개하는 특정한 패턴)을 비틀거나, 두 개 이상의 플롯을 섞거나, 플롯이 일으키는 격변의 폭이 큰 콘텐츠가 재미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특이, 전의, 격변이 있기 때문이죠.
무조건 통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기획의도'에서 특.전.격을 찾아라.
저자는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TV 프로그램 제작자의 '기획의도'를 분석하는 공부를 해 보길 권합니다.
실패하지 않는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기존의 것에 요소 한 가지를 덧붙여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을 계속 곤경(격변)에 빠뜨리거나, 초청한 게스트를 곤경에 빠트리거나, 시간 제한을 둠으로서 당혹하게 만들거나, 참견이나 해설을 통해 리액션하고 '전의'가 일어나게 만들거나, 드라마와 인터뷰를 교차하여 '전의'가 일어나게 만들거나, 영상을 4초마다 바뀌게 만들거나, 다양한 관점을 한 곳에 담거나, 개연성이 낮은 B급 감성을 유도하면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레트로'란 그저 과거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레트로는 과거 우리 인생에서 중요했던, 즉 우리와 연관된 무언가를 현재로 끌어오는 것입니다.
단순한 레트로는 성공하지 못한 반면, 레트로라는 '연관성' 위에 특이와 전의를 얹은 뉴트로는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재미는 시청자들과의 '연관성'이 있는가?, '공감'되는가?, 복선과 반전, 맥거핀 등으로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는가? 결핍이 있는가?에 따라서 더 증폭된다고 말합니다.
꽤 오랫 동안 '레트로' 트렌드가 한국 사회의 전반에 걸쳐 유행하고 있는 데요, 그 중에서도 성공한 콘텐츠는 '연관성' 위에 특이함과 전의를 얹은 '뉴트로'였다는 것이죠.
단순히 돌아온 '복고'가 아니였기에 2030세대에게 특이하게,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고, 재미있게 느껴진 것이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 특. 전. 격 증폭제는 '공감'입니다. 아시다시피 공감이란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느끼는 것입니다.
콘텐츠와 시청자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때 콘텐츠가 만드는 특. 전. 격은 증폭됩니다."
이번에 '재미의 발견'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아서 그 쪽의 책을 좀 읽기는 했었는 데요, 다른 책들과는 결이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재미'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세 가지로 간단 명료합니다.(특이, 전이, 격변) 그 안에 여러 가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응용하는 것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이제부터 몫입니다.
이 책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희망하거나, 현재 활동 중인 분들이 재미있는 콘텐츠에 대한 개념과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공하니까요.
저도 몇 가지 즉시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얻었습니다.
실용서를 읽는 재미는 역시 실천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 ^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청운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작가, 공간경험디자이너
F&B 같은 상업 공간에서의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과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단체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공부하며, 독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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