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더 이상 '목 좋은 곳'을 믿지 않습니다

AI 시대, 데이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by 잇쭌

컨설턴트로 일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이것입니다. "대표님, 어디가 장사하기 좋은 곳인가요?" '목 좋은 곳'을 찾는 것은 외식업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과업처럼 여겨지죠. 저 역시 오랫동안 그 믿음에 의심이 없었습니다. 발품을 팔아 유동인구를 세고, 주변 경쟁자들을 살피며 보석 같은 입지를 찾아내는 것이 전문가의 역량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속에 불편한 질문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은 입지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모두가 탐내던 S급 상권에서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게들, 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후미진 골목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가게들을 보며 저는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목'이라고 부르는 것의 신화, 그 너머를 봐야 한다는 것을요.



우리의 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칩니다


우리는 보통 어떻게 상권을 분석할까요? 낮에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저녁에는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보며 '아, 여기는 되겠다'는 '감'을 얻습니다. 내 가게가 저들 중 일부만 끌어들여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죠.


하지만 우리의 눈과 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고, 또 왜곡합니다. 희망에 부풀어 오른 우리의 뇌는 가게에 유리한 풍경만은 컬러로, 불리한 풍경은 흑백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점심시간의 짧은 피크를 하루 전체의 모습으로 확대 해석하고, 텅 빈 주말의 거리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애써 외면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눈앞을 스쳐 가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결코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 사람이 정말 이 거리에서 돈을 쓸 사람인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지갑 사정은 어떤지, 어떤 음식을 검색하고, 어떤 가게에 리뷰를 남기는지는 더 더욱 알 길이 없죠.


우리는 결국, 제한된 정보와 내면의 희망이 뒤섞인 '감'이라는 안갯속에서 더듬거리며 길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운 좋게 목적지에 닿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지쳐 쓰러지곤 합니다.



데이터, 안개를 걷어내는 새로운 눈


바로 이 지점에서 저는 AI라는 '새로운 눈'의 가능성을 봅니다. AI는 편견도, 선입견도 없습니다. 지치지도 않고, 희망적인 상상에 빠지지도 않죠. 그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억 개의 데이터 조각들을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연결해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낼 뿐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MRI나 CT 촬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AI 기반의 상권 분석은 우리 가게가 들어설 곳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MRI 촬영과도 같습니다. 통신사 데이터로 시간대별, 연령대별 인구 구성을 파악하고, 카드사 데이터로 그들의 소비 패턴을 읽어냅니다. 배달 앱 데이터로는 골목 안에 숨겨진 진짜 수요를 찾아내고, 소셜 미디어 데이터로 지금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포착합니다.



데이터가 들려준 전혀 다른 이야기


얼마 전 저를 찾아왔던 '박사장님'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는 치킨집 창업을 준비하며 두 개의 후보지를 두고 밤잠을 설쳤습니다. 하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이미 여러 치킨집이 성업 중인 A 입지였고, 다른 하나는 신축 오피스텔이 밀집한 뒷골목의 B 입지였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A는 누가 봐도 안전한 정답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들려준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AI는 A 입지에 대해 '눈에 보이는 유동인구는 많지만, 대부분이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일 뿐, 실제 외식 소비력은 주변 대형마트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경쟁은 덤이었죠.

반면 B 입지에 대해서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고, 야간 시간대 배달 앱에서 '치킨'을 검색하는 양에 비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이는 "먹고는 싶은데, 시켜 먹을 만한 가게가 없다"는 숨겨진 수요가 크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입니다.


박사장님은 자신의 '감' 대신 데이터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는 B 입지를 선택했고, 1인 가구를 겨냥한 메뉴와 배달 중심 전략으로 불과 6개월 만에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것은 먼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이 아닙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아틀라스'라는 AI 플랫폼으로 전 세계 매장의 입지를 결정하고, 도미노피자는 AI로 주문량을 예측해 재료를 준비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당연한 표준이 된 지 오랩니다.



결국, 이야기는 사람이 완성합니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요술 방망이'는 아닙니다. 최고의 입지를 찾아낸다 한들, 그 공간을 손님들의 온기로 채우고, 맛있는 음식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사장님의 몫입니다. AI는 차가운 데이터라는 '재료'를 던져줄 뿐, 그것으로 따뜻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죠.


저는 더 이상 '목 좋은 곳'이라는 막연한 신화를 믿지 않습니다. 대신 데이터가 비춰주는 가능성의 땅 위에서, 자신만의 멋진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창업가들을 믿습니다.


AI가 찾아준 가장 확률 높은 운동장에서, 당신의 열정과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안갯속 같은 창업의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는, 새로운 시대의 항해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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