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살려줄 단 한 사람에 대하여
얼마 전, 한 카페 구석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다 우연히 옆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앳돼 보이는 청년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죠. 그의 눈은 열정으로 반짝였고, 그의 목소리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가득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친구들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이거 완전 대박인데?", "넌 정말 천재야, 무조건 성공한다!" 청년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행복감이 번졌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내 꿈을 온전히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요.
하지만 컨설턴트라는 직업병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그 따뜻한 풍경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저 만장일치의 박수 소리가 어쩌면 저 청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구나.'
그 순간 그에게 필요했던 건, 어쩌면 100명의 응원단장이 아니라, 그의 빛나는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단 한 명의 '반대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가톨릭에서 어떤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할 때, 의도적으로 그 후보자의 결점과 과오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론을 제기하던 역할을 뜻합니다. 혹독하고 냉정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진짜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저는 모든 창업가에게 바로 이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내 꿈을 가장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져줄 사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균열을 찾아내고, 내가 애써 외면하는 위험을 들춰내 주는 사람 말입니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요, 만약에?"라고 질문하는 그 목소리가, 우리를 파멸로부터 구원해 줄 가장 현실적인 동아줄이 될 수 있습니다.
한때 필름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거인, 코닥의 마지막 회의실 풍경은 어땠을까요? 1975년,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습니다. 미래를 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그 미래를 내던졌습니다.
당시 코닥의 경영진들은 '필름'이라는 찬란한 성공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은 역시 손에 잡히는 사진을 좋아해"라는 서로의 믿음을 확인해주며, 디지털이라는 '불편한 미래'를 외면했습니다. 그 넓은 회의실에 아무도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요?"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고개를 긍정적으로 끄덕여주는 동안, 회사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실패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아이템은 무조건 된다"는 창업가의 확신과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주변의 격려가 만들어낸, 너무나 따뜻해서 위험한 온실 속에서 말입니다.
만약 당신 곁에 기꺼이 악마가 되어줄 파트너가 있다면, 그는 당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줄 겁니다. 듣기에는 몹시 아프고, 때로는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당신의 꿈은 비로소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게 될 겁니다.
"사장님이 꿈꾸는 매출의 딱 절반만 나온다고 해보죠. 그때도 웃을 수 있나요?"
"만약 내일, 더 크고 멋진 경쟁자가 바로 옆에 가게를 연다면, 우리는 뭘로 싸워야 하죠?"
"만에 하나, 이 사업이 실패한다면요? 그때 우리는 얼마를 잃고,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나요?"
"고객이 수많은 대안을 두고, 굳이 우리를 선택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뭘까요?"
"이 아이템, 혹시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은 아닐까요? 오래갈 것이라는 근거가 있나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든 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나를 위하는 사람은,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내가 가는 길이 낭떠러지는 아닌지 함께 살펴봐 주고, 내 신발 끈이 풀렸다고 쓴소리를 해주고, 때로는 가던 길을 멈춰 세우는 사람이 진짜 내 편일 수 있습니다.
실패의 쓴맛을 아는 선배, 감정 없이 데이터로만 말하는 컨설턴트, 혹은 냉정한 AI 리포트가 당신의 '악마의 변호인'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누구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지 않으려는 태도입니다.
저는 비판이 '성공'이라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꿈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은, 달콤한 말로 꿈을 녹이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당신의 꿈에 상처를 내어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신 곁에는, 당신을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되어줄 사람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