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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맛집이라는 환상

by 잇쭌

‘치즈 휠 플람베 파스타’는 대박이 났다.


SNS와 블로그는 ‘민스키친’의 화려한 불꽃 쇼 영상으로 도배됐다. 가게 앞은 오픈 전부터 동영상을 찍으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나는 하루 종일 치즈 휠 앞에서 불을 붙이고 파스타를 볶았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행복했다. ‘성공’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열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3개월쯤 지나자, SNS를 뒤덮었던 내 가게의 영상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가게 앞의 긴 줄도 눈에 띄게 짧아졌다.


‘불 쇼도 이제 약발이 다했나… 더 자극적인 다음 메뉴를 개발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던 그날 밤, 시스템이 싸늘한 경고를 보냈다.


[가게 현황 분석]



신규 방문객 수: B- (하락세)


SNS 버즈량: C+ (하락세)


단골 전환율: D- (치명적 수준)



[경고: ‘모두’를 위한 구경거리는 있으나, ‘한 사람’을 위한 깊이는 부족합니다. 일회성 방문객만으로는 가게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3개월 후 파산 확률이 85%로 급증합니다.]


“단골 전환율 D-…?”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요리를 팔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저 ‘한 번쯤 가볼 만한 구경거리’를 파는 서커스단장이었을 뿐이다.


[메인 퀘스트: ‘모두’라는 환상을 버려라]


[목표: AI 고객 분석 기능을 활성화하여, 가게의 ‘핵심 팬’ 3명을 찾아내고, 그들만을 위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성공시키시오!]


[성공 보상: 스킬 ‘팬덤 빌더(Fandom Builder)’]


“초개인화 마케팅…?”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할인 문자’였다. ‘그래, 지금까지 방문했던 모든 손님에게 10% 할인 문자를 쫙 돌리는 거야!’


[경고: 무차별적인 할인은 스팸일 뿐입니다. 당신의 작살은 ‘데이터’입니다. 그물을 버리십시오.]


나는 시스템의 조언에 따라 ‘AI 고객 분석’ 기능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단순한 매출 리스트가 전혀 다른 화면으로 바뀌었다. 손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의 앞에 떠 있는 3명의 고객 데이터 프로필, 각기 다른 인물 사진과 그래프, ‘핵심 팬 3명’ 문구가 빛나는 장면 — 미래지향적인 데이터 시각화, 디지털 블루 톤” (1).jpg


[타겟 1: 박 대리]



특징: 크림 파스타 애호가. 가게가 유명해지기 전, 매주 방문하던 핵심 단골이었으나 한 달째 방문 없음.


AI 분석: 북적이는 분위기를 싫어함. 조용한 식사를 선호.



[타겟 2: 김 부장]



특징: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저녁 혼자 방문. 항상 바 테이블 구석에 앉아 위스키와 스테이크를 주문.


AI 분석: 고된 한 주를 마무리하는 ‘보상 심리’.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함.



[타겟 3: 최 사원 가족]



특징: 아이들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방문.


AI 분석: 다음 달, 둘째 아이의 생일이 예정되어 있음.



나는 이 세 사람을 내 가게의 첫 번째 ‘팬’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연애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먼저, 가게가 시끄러워져 떠나버린 ‘박 대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예전처럼 모두에게 보내는 단체 문자가 아니었다.


“박대리님, 잘 지내시죠? 민스키친입니다. 꾸덕한 크림이 일품인 신메뉴 ‘트러플 크림 뇨끼’가 나왔는데, 대리님 취향에 딱 맞을 것 같아 가장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혹시나 시끄러우실까 봐, 창가 조용한 자리로 미리 빼놓을 수 있는데 어떠세요?”


보낸 지 1분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사장님, 제 생각하고 계셨어요? 감동이에요!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예약할게요!”


[타겟 ‘박 대리’의 로열티가 +50 상승합니다!]


[‘단골 전환율’이 D- → D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다음은 ‘김 부장’님. 그는 문자를 보내는 것보다 직접적인 소통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마침 그가 가게에 온 날, 나는 평소처럼 바 테이블에 앉은 그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부장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장님이 즐겨 드시는 스테이크와 어울릴 만한 싱글몰트 위스키가 새로 들어왔는데, 첫 잔은 제가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내게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들려주었다.


[타겟 ‘김 부장’의 로열티가 +40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최 사원 가족’. 나는 그들의 예약 기록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최사원님, 다음 달 둘째 예준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민스키친에서 ‘레고 초콜릿 케이크’를 특별히 준비해드릴까 합니다. 미리 예약해주시면 작년처럼 좋은 자리와 함께 준비해두겠습니다.”


예준이가 레고를 좋아하는 것은 지난번 방문 때 내가 우연히 들었던 내용이었다. AI는 그 사소한 정보까지 놓치지 않았다.


[타겟 ‘최 사원 가족’의 팬심이 생성됩니다! (로열티 +70)]


[‘단골 전환율’이 D → C+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띵-!


[메인 퀘스트 성공!]


[보상: 스킬 ‘팬덤 빌더’가 활성화됩니다. 이제 당신은 손님을 당신의 왕국을 지키는 기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벅찬 마음으로 가게를 둘러봤다. 이제 손님들이 단순한 매출 숫자로 보이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보였다.


천 명의 손님이 한 번 오는 가게가 아니라, 한 명의 손님이 천 번 오고 싶은 가게. 모두를 사랑하겠다는 헛된 짝사랑을 끝내자, 비로소 진짜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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