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素談)'.
차진우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레스토랑의 이름이었다. 이름 그대로, 꾸밈없고 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 그것이 진우의 철학이었다. 그는 '맛만 좋으면 손님은 알아줄 것이다'라는, 어쩌면 고리타분한 믿음을 신봉했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는 할머니의 씨간장을 베이스로 한 '72시간 흑돼지 조림'이었다. 화려한 기교는 없었다. 남들이 7시간도 길다며 압력솥을 쓸 때, 그는 72시간을 고집했다. 정직한 재료와 지루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깊은 맛. 그것이 진우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진우야,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장사해? 72시간? 그건 '정성'이 아니라 '비효율'이야."
대학 동기이자, 묘한 라이벌이었던 백현석은 그런 진우를 비웃었다. 그리고 정확히 3주 전, 현석은 보란 듯이 진우의 '소담' 바로 맞은편, 10미터 거리에 자신의 가게 '멜트(Melt)'를 오픈했다.
'멜트'는 '소담'의 안티테제였다.
시끄러운 EDM이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렸고, 벽면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번쩍였다. '소담'이 재료의 본질에 집중했다면, '멜트'는 철저히 '눈'을 겨냥했다.
그들의 시그니처는 '치즈 폭포 닭갈비'와 '1미터 화염 파스타'였다.
조리가 끝나면 직원이 테이블에서 토치를 들고 파스타에 불을 붙였다. 1미터는 족히 솟아오르는 불길. 손님들은 음식을 입에 넣기 전,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고 비명을 질렀다. 닭갈비 위에는 직원이 들고 있기도 힘든 거대한 치즈 덩어리를 통째로 녹여 폭포처럼 쏟아부었다. 그것은 '요리'라기보다 '퍼포먼스'였고, '음식'이라기보다 '인증샷을 위한 소품'에 가까웠다.
현석의 전략은 정확했다.
"와, 미쳤다!"
"이건 무조건 인스타 각이야!"
'멜트'는 오픈 첫날부터 100미터가 넘는 줄을 세웠다. 포털 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은 순식간에 '멜트'의 불 쇼와 치즈 폭포로 도배되었다. #강남역맛집, #비주얼깡패, #인생샷명소.
사람들은 그 '맛집'에 가기 위해 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시각, 10미터 건너편 차진우의 '소담'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섬처럼 고요했다. 현석의 가게에서 울리는 요란한 대기 번호 알림 소리가 '소담'의 텅 빈 홀을 비웃는 듯했다.
"그래도... 우리 음식은 맛있으니까. 먹어보면 다를 거야."
진우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포털 사이트의 '소담' 리뷰 페이지를 열었다. 별점은 5점 만점에 2.1점이었다.
가장 상단에 박힌 리뷰가 진우의 심장을 찔렀다.
[별점 1점] 맞은편 '멜트' 가려다 웨이팅 길어서 들어왔는데...
"일단... 밍밍해요. 사장님이 간을 까먹으신 건지. 건강한 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뭐... 근데 전 모르겠네요. 요즘 스타일은 아닌 듯. 맞은편은 불 쇼도 해주던데."
'밍밍하다'. 진우가 72시간 동안 지켜낸 그 '깊은 맛'은, '멜트'의 자극적인 맛과 비교당하는 순간 '밍밍함'으로 전락해버렸다.
다음 리뷰는 더 잔인했다.
[별점 2점] 여긴 '맛집'은 아님. 그냥 밥집.
"비주얼도 너무 평범하고... 특색이 없네요. 흑돼지 조림이라는데 그냥 간장 조림. 이 가격이면 차라리 돈 좀 더 보태서 '멜트' 갑니다. 여긴 솔직히 돈 아까움."
'맛집'이 아님. '특색'이 없음.
진우의 철학은 '맛집'이라는 거대한 프레임 앞에서 '특색 없는', '돈 아까운' 밥집으로 규정당했다.
가장 진우를 절망시킨 것은 세 번째 리뷰였다.
[별점 1점] 인스타 올릴 사진이 하나도 없음.
진우는 스마트폰을 쥔 채 허탈하게 웃었다. '맛'이 아니라 '사진'이 기준이 된 세상. '경험'이 아니라 '인증'이 목적이 된 사람들. 자신의 72시간은, 현석의 10초짜리 불 쇼 앞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 '맛집'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씌운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그날 저녁, '멜트'에 가려다 웨이팅에 지친 듯한 젊은 커플이 마지못해 '소담'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시그니처인 흑돼지 조림을 시켰다.
진우는 평소보다 더 정성껏 음식을 내었다. 제발, 먹어보면 알아줄 거야.
커플은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왔다. 진우의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잘 먹었습니다."
남자가 카드를 내밀었고, 여자가 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 사장님."
"네?"
"이 가게... '맛집'이에요?"
'맛집'.
그 순진무구한 질문이, 그 어떤 악플보다 날카로운 비수처럼 진우의 가슴에 꽂혔다.
차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2화에서 계속......
[1화 경영 인사이트: 프레이밍 이론(Framing Theory)] '맛집'이라는 꼬리표는 단순한 칭찬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장의 '프레임(Frame)', 즉 경쟁의 룰을 규정하는 행위입니다. 백현석('멜트')은 이 경쟁의 룰을 '맛(味)'이 아닌 '비주얼(視)'로 설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프레임 안에서 차진우('소담')의 '깊은 맛'은 '특색없음' 또는 '맛없음'으로 낙인찍힙니다.
시장에서의 첫 번째 질문은 "나는 뛰어난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떤 프레임 안에서 평가받고 있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