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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광고보다 '꽉 찬 주차장'이 나은 이유

'줄 서는 맛집'은 입구가 아니라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by 잇쭌

컨설턴트인 제게는 직업병 같은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주말에 교외로 나가 처음 가는 식당을 볼 때, 저는 화려한 간판이나 인테리어부터 보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은 그 식당의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의 크기, 주차선의 너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금 몇 대의 차가 차 있는가'.


여기 두 개의 식당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A 식당: 통유리 너머로 멋진 샹들리에가 빛나고, '오늘의 셰프 추천'이라는 근사한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하지만 20대 규모의 주차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B 식당: 외관은 평범한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그런데 50대 규모의 거대한 주차장이 빈틈없이 꽉 차 있고, 심지어 몇몇 차들이 주차 자리를 찾아 그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가족 외식, 당신의 차는 지금 어느 쪽으로 핸들을 꺾을까요?


아마 10명 중 9명은 B 식당의 대기자 명단에 기꺼이 이름을 올릴 겁니다. "A 식당은 한가해서 바로 먹을 수 있겠는데?"라는 합리적 이성보다, "B 식당은 저렇게 사람이 많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강력한 본능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제가 '공간 마케팅'의 핵심으로 이야기하려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왜 수천만 원을 들여 SNS 마케팅을 하고 전단지를 돌리면서, 정작 우리 가게 부지 안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채널'은 놓치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꽉 찬 주차장'입니다.



1. 우리는 왜 '남의 차'를 쳐다보는가


우리는 스스로가 매우 이성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자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나는 내 취향대로 결정해."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본능 중 하나로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를 꼽았습니다. 쉽게 말해, "확실하지 않을 땐,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심리입니다.


주말 저녁의 외식은 생각보다 '실패의 위험'이 아주 큰 결정입니다.


"모처럼 가족들 데리고 나왔는데, 맛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계산하는 회식인데, 분위기 망치면 어떡하지?" "1인당 15,000원짜리 세트인데, 돈 아깝다는 소리 들으면 어떡하지?"


이 모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른바 '불안의 세금(Anxiety Tax)'을 안고 있는 고객에게, '꽉 찬 주차장'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안심 보증서'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마치 확성기로 이렇게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오늘 당신에 앞서 50팀이 이미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저 차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들어오십시오!"


'텅 빈 주차장'은 그 반대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첫 번째 '모험'의 주인공이 되시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소중한 한 끼 식사를 '모험'에 걸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 '힙한 골목'의 함정


이쯤에서 어떤 사장님들은 제게 이렇게 항변하실 겁니다.


"컨설턴트님, 그건 틀렸습니다. 요즘 대박집들은 성수동, 연남동 골목에 숨어있습니다. 주차는커녕 차가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다들 어떻게든 찾아오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매우 정확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 식당들과 우리가 분석 중인 '패키지형 전문점(한소반쭈꾸미 모델)'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A. 힙한 골목 식당 (게임의 룰: 발견의 기쁨) 타겟: 20~30대 트렌드 세터, 연인 파는 것: '나만 아는 곳', '새로움', '감성', '희소성' 전략: 이들은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마케팅합니다. "찾기 힘든 곳에 숨어있는", "주차는 안 되지만"이라는 '허들' 자체가 그 가게의 '힙함'을 증명하는 훈장이 됩니다. 고객은 '탐험가'가 되어 '발견'의 기쁨을 소비합니다.


B. 교외형 패키지 전문점 (게임의 룰: 실패 없는 신뢰) 타겟: 30~50대 가족 단위, 직장 회식 파는 것: '검증된 맛', '편안함', '가심비', '안정감' 전략: 이들은 '편리함'이 생명입니다. 고객은 '탐험가'가 아니라, 가족이나 동료를 책임지는 '그룹의 리더'입니다. 이 리더의 유일한 임무는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 '그룹 리더'에게 "주차는 저기 공영주차장에 알아서 하시고, 좁은 골목으로 10분 걸어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가게 오지 마세요"라는 말과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패키지형 전문점'이라는 '신뢰'의 모델을 선택했다면, '힙한 골목'이라는 '발견'의 입지를 선택하는 순간, 그 사업은 시작부터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당신의 모델은 '압도적인 주차 편의성'이라는 '물리적 증거'를 통해서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3. 주차장은 '비용'이 아니라, '첫 번째 인테리어'입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5억을 투자해 80평짜리 매장을 지을 때, 3억 5천을 들여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에 집중합니다. 최고급 대리석, 디자이너 조명, 편안한 의자...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드라이브인(Drive-In)' 기반의 교외형 식당에서, 고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첫 번째 인테리어'는 '매장 내부'가 아니라 '주차장'입니다.


주차선이 좁고 아스팔트가 깨져있으며, 밤이 되자 조명 하나 없어 어둡고 으슥한 주차장.


주차선이 광활하고 바닥이 깨끗하며,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조명이 켜져 있고, 주차 요원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주차장.


어느 쪽이 "내가 오늘 제대로 대접받으러 왔구나"라는 '가심비'의 첫인상을 줄 수 있을까요?


고객은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경험'을 시작합니다. 주차의 '편리함'과 '안전함'은 매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고객의 '심리적 만족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여기 주차 편해서 좋아"라는 말은, "여기 쭈꾸미 맛있어"라는 말만큼이나 강력한 재방문 유인책입니다.


우리가 앞서 분석했던 '5억 원의 투자금'은 사실 '건물'에 대한 투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첫 번째 인테리어', 즉 '광활한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당신의 주차장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꽉 찬 주차장'은 그저 '차가 많은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시스템은 이 많은 고객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다"라는 사장님의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그것은 "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검증했으니, 당신의 소중한 한 끼를 안심하고 맡겨도 좋다"는 시대의 '집단지성'입니다.


그것은 "우리는 당신이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는 '환대'의 메시지입니다.


물론, 주차장이 꽉 차는 것은 성공적인 운영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지나가는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엔진'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증거'가 만들어내는 무서운 '선순환(Virtuous Cycle)'입니다.


반대로 '텅 빈 주차장' 역시 매일 쉬지 않고 마케팅을 합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습니다. 들어오지 마십시오!"라는 '악순환(Vicious Cycle)'의 마케팅을 말입니다.


외식 창업을 준비하는 사장님. 수천만 원을 들여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부지를 다시 보십시오. 당신의 고객은 차를 몰고 올 사람들입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그들을 맞이할 '첫 번째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준비했습니까?


'패키지형 전문점'의 사장님에게, 가장 훌륭한 영업사원은 네이버가 아니라, 당신의 가게 앞을 가득 메운 고객들의 '자동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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