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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익준 Jul 02. 2019

브랜드, 감각경험을 디자인하라!

더 이상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본원적 기능'

냉장고는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저온으로 신선하게 보관하는 장치이다. 냉각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와 같은 유통산업의 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냉장고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도시생활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냉장고의 본원적 기능은 ‘냉장과 냉동’이다. 상하기 쉬운 식재료를 차갑게 만들어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주부들이 냉장고를 선택할 때, 냉장고의 본원적 기능이 선택의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그것은 이미 당연한 기능, 당연한 품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냉장고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한층 높아진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제품을 생산해야 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점차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로부터 음식점의 본래의 기능은 밥과 술 또는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현대식 호텔을 아직도 ‘주점(酒店)’이나 ‘반점(飯店)’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음식점의 본원적 기능은 소비자의 음식점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음식점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졌고 음식점들 간에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음식점들은 다양한 이슈에 직면해 있다. 외식산업은 더 이상 음식점들만의 각축장이 아니다. 외식산업은 최근 10년간 규모가 두 배로 성장했다. 시장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음식점들의 영업이익률은 22.9%에서 8.7%로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경쟁이 그 이상 치열해진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 전체 산업의 폐업률은 12.6%였다. 그러나 음식점업의 폐업률은 23.1%로 산업 평균보다 2배나 높은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임금의 상승이 아니다.

외식산업의 이러한 어려움에는 시장정체, 과당경쟁,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원인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소비자가 변하고 있고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외식시장의 게임의 룰이 바뀌고 경쟁상대가 고만고만한 영세 자영업자들에서 IT기술 기업, 유통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경쟁력의 ‘터닝 포인트’를 여전히 ‘음식의 맛’이나 ‘새로운 음식개발’에서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급변하고 있는 외식산업이라는 도박‘판’을 잘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모르니 답은 더욱 멀리 있다.


음식의 맛을 혀끝으로만 전달하려고 하지 마라.

‘음식의 맛’이란 무엇일까? 맛이라는 것은 신기루 같은 서비스업의 특징과 많이 닮아있다. 음식의 맛을 정확치도 않은 ‘혀’를 통해서만 전달하려는 것은 점수비중이 낮은 사회과목을 공부하여 수능성적을 올리려는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식재료를 더 넣지 않고, MSG도 넣지 않아도 음식의 맛을 높이는 방법은 수 십 가지가 된다. 그것은 착각하기 쉽고 주관적인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음식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소멸되는 서비스는  경험으로 기억시켜야 한다.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상상하고 의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결국 경험의 산물이다. 브랜드 역시 경험을 통해 인식되고 기억된다. 브랜드는 결국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브랜드를 경험시키는 방법은 5가지가 있다. 감각적 경험, 감성적 경험, 인지적 경험, 행동적 경험, 관계적 경험이다. 5가지의 경험 중에서도 감각 경험은 특히 중요하다. 감각 경험은 감각자극이 인간의 마음속에 불러오는 심리적 경험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감각경험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감각경험디자인’이다. 감각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최상의 소비경험을 제공해서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갖게 만들기 위함이다. 감각경험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 매장과 같은 서비스 공간, 패키지 같은 모든 것에 해당된다.


촉각은 생존에 꼭 필요한 감각이며 인체의 감각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다. 사물의 무게나 질감은 인간에게 감정을 일으키고 가치를 평가하게 만든다. 제품에 대한 접촉은 구매 욕구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그 제품을 보유했다는 무의식과 애착이 생기고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바 있다. 따라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사용할 때 신체접촉이 많은 제품은 만져보기 쉽게 진열하는 것이 판매촉진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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