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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익준 Jul 30. 2019

브랜드와 일상탈출

< 진익준의 1분 브랜딩 >

지금까지 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시각적 표현 위주의 디자인이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를 이끌었던 제조업 위주의 산업화 시대는 전통적 디자인의 시대였다. 전통적 디자인이란 지금까지 광고나 매장의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으로 불렀던 디자인을 말한다. 전통적 디자인 시대에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이제는 서비스 시대, 모든 소비자 접점이 디자인 대상이다.

이제는 서비스 산업의 시대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다변량 소량생산의 시대다. 서비스 시대에서 서비스디자인은 전통적 디자인과 달라져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서비스에 대한 감성적 경험 위주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터치포인트가 중시되며 경험을 포함한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접점이 디자인 대상이다.


솔로이코노미를 이끄는 밀레니얼세대

한국의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 나이의 소비자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소비자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 익숙했던 이들은 현재 외식소비시장의 주된 고객이기도 하다. 흔히 워라벨, 가심비, YOLO, 소확행, N포 세대라는 트렌드로 이야기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솔로이코노미를 이끌고 있으며 1인가구의 55.2%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팔아야 할 것은 음식을 포함한 새로운 소비경험이다.

한국의 전체가구 중에서 1인가구가 30%에 육박하고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외식시장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혼술, 혼밥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배달과 간편식의 소비가 늘면서 술집이 하루에 10곳씩 문을 닫는다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1인가구가 음식점과 주점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점이 음식만을 팔아서는 생존하기 힘들게 되었다. 음식을 포함한 새로운 것을 팔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소비경험이다.


집으로 숨어버린 소비자들이 음식점으로 나오게 만들려면 음식점이 새로운 소비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소비경험, 브랜드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들과 공유하는 소비자다. 그들이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허기를 면하기 위함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음식점들은 단순한 맛 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소비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점포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감각경험을 통해 만드는 가상현실, 맛은 가상현실이다.

도시를 떠나는 것만이 권태와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다. 인간은 감각하는 동물이다. 새로운 경험과 기억은 감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오감의 자극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기억이 만들어진다. 음식의 맛도 미각을 포함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기억 같은 총체적인 경험으로 뇌가 만들어내는 영화와 같은 가상현실이다. 음식점은 감각적 장치를 총동원해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음식 맛을 혀끝으로만 만들 순 없다.


오감을 자극하면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음식점들은 청각적 자극인 사운드스케이프, 음악의 빠르기를 이용해 분위기를 일상과 차별화할 수 있다. 후각적 자극인 음식의 냄새와 인공적인 향으로 음식점을 외부와 단절시킬 수 있다. 시각적 자극인 빛의 색온도와 조명기법을 이용해서 시간의 빠르기와 온화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생태적 호감인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색의 감성적 특성을 이용하거나 촉각적 자극인 무게감과 압각을 통해서도 새로운 경험은 가능하다.


이제 음식점의 본원적 기능인 음식의 맛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음식의 맛을 포함한 새로운 소비경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고객이 일상에서 벗어난 소비경험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음식점의 숲속 풍경사진, 인공조경을 설치해서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일상을 벗어난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적용하면 더욱 좋다.

음식의 국적과 브랜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일상을 벗어난 경험에 중요하다. 서로 다른 탬포와 장르의 음악은 음식의 맛과 경험을 높일 수도 있고, 소비경험을 전혀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음식은 단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바닐라 같은 향을 추가하여 맛을 느끼게 만든다. 카페나 베이커리 같은 음식점들은 강한 음식의 향으로 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높은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들려면 그릇이나 식기의 무게도 중요하다. 고급 음식점은 무게감을 통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진 익준 /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ikjunjin@naver.com

기억에 남는 브랜드경험을 제공해야만 서비스업의 무형성, 소멸성을 극복하고 멋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브랜드경험 연구와 현장에서 실천을 하고 있다. 디자인에 관한 글과 책도 쓰면서 대학 강단과 여러 단체에서 강의도 해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글쓰기와 강단에 선 것은 계속 배우며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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