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에서 참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경쟁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경쟁자들 간의 차이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업의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강조되었던 기능적 효용, 심미적 효용 같은 것들이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브랜드경험이 중요하다. 바야흐로 경험가치가 중요한 경험경제의 시대가 되었다.
빛은 음식점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브랜드경험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빛은 음식점에 생기를 불어 넣기도 하며, 음식점을 다이내믹한 공간으로 경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똑같은 외식공간도 빛이 다르면 이미지가 전혀 달라진다. 빛의 특성을 모르고 무분별하게 빛을 사용한다면 공해와 다를 바 없다.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브랜드경험을 만들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고객의 감성을 유발하는 빛의 다양한 특성을 알고 음식점에 적용해야 한다. 외식공간에서 빛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빛은 고객의 브랜드경험을 전혀 다르게 만들 수 있으므로 빛을 이용해 편안함과 여유를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빛을 디자인해야 한다.
빛에는 네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조도, 휘도, 색온도, 연색성이다. 조도는 빛의 밝기를 말한다. 테이블이나 벽과 같은 특정한 위치에 비춰지는 빛의 양이다. 조도는 조도계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잴 수 있으며 측정단위는 럭스(lx)다. 조도는 기계를 이용해서 정확히 잴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있다. 인간이 눈으로 느끼는 밝기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상대적인 밝기에 의해 공간의 밝고 어둡기를 인지하도록 되어있다. 조도계의 측정값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밝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에 조명을 많이 설치한다고 고객들이 밝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나라별 생활습관이나 인종에 따라서도 밝기를 느끼는데 차이가 있다. 실내공간에 사용된 색과 소재가 달라도 밝기감이 달라진다. 빛을 비추는 방법과 범위에 따라서도 밝기감은 크게 달라진다.
바닥이나 벽, 테이블에 비춰지는 빛의 양이 조도라면 휘도는 빛을 받는 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을 말한다. 튕겨져 나온 빛이다. 같은 양의 빛을 비추더라도 빛을 받는 면의 색이나 소재에 따라서 휘도는 달라진다. 빛을 받는 물체의 색과 소재에 따라 반사특성과 반사율이 다르다. 그래서 조도가 같아도 휘도는 다를 수 있다. 조명디자인에서 빛을 받는 대상에서 반사되는 빛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계적인 조도는 인간이 느끼는 밝기가 아니다. 빛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어낼 때는 조도가 아닌 휘도에 신경을 써야한다. 어두워 보인다고 무조건 조명을 추가할 것이 아니다. 천장, 벽, 바닥, 가구의 색과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 공간 전체에 무조건 골고루 빛을 비추지 말아야 한다. 테이블처럼 빛으로 강조할 부분과 통로 같은 곳의 밝기에는 차이를 두어야 한다. 빛이 대비되지 않고 모든 곳이 같은 밝기라면 아무 것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시대의 고객들에게 멋진 배경이 되지 못한다. 인상적인 경험을 주지 못한다.
메뉴에 맞는 색온도의 빛으로 테이블을 비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빛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색온도다. 자연 속에서 사는 인간은 매일 다양한 색과 빛을 경험한다. 동트는 새벽부터 석양의 노을빛 물든 하늘처럼 자연에는 다양한 색을 가진 빛이 존재한다. 이런 빛이 지닌 색감의 차이를 색온도라고 한다. 한낮의 햇빛의 색온도는 5,000~5,500K(캘빈) 정도의 하얀색을 띄는 빛이다. 한낮의 햇빛을 기준으로 더 하얗고 푸르스름할수록 색온도가 높다고 하며 백열전구 같은 붉은 빛이 감돌면 색온도가 낮다고 말한다.
음식점에서는 테이블과 상품진열대를 비추는 빛의 색온도가 중요하다. 빛의 색온도에 따라서 눈으로 느껴지는 음식의 맛과 상품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빛의 색온도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리며 맛까지 좌우한다. 음식의 조리는 주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테이블 위에서 빛이라는 조미료를 추가하면서 비로소 요리는 완성된다.
음식 맛은 빛의 색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메뉴에 따라서 색온도가 다른 빛을 비춰줘야 한다. 갈비, 불고기, 스테이크 같은 구이전문점이나 베이커리카페는 3,000~4,000K(캘빈)의 낮은 색온도의 빛을 비추는 것이 좋다. 육류나 빵 같은 종류는 따뜻함이 감도는 빛이 음식을 돋보이고 맛있어 보이게 만든다.
반면 횟집이나 일식집, 채식뷔페 같은 음식점이라면 더 높은 색온도 5,000K(캘빈) 정도의 하얀색 빛으로 음식을 비춰주는 것이 좋다. 높은 색온도의 빛이 횟감과 채소를 더욱 신선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음식의 특성에 맞지 않는 색온도의 빛을 사용할 경우는 반대가 된다. 아직도 많은 구이전문점들이 색온도가 높은 주백색 형광등(5,000K)이나 삼파장 전구를 전반조명에 사용하고 있다. 색온도가 높은 하얀색 빛으로 고기나 빵을 비출 경우 색감이 자연스럽지 않고 신선하지 않게 보이게 된다. 생선회나 채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색온도가 낮은 전구색 빛(3,000K)으로 인해 생선회의 신선도를 떨어지며 맛이 없어 보이게 만들게 된다. 빛의 색온도가 맛을 가른다! 맛은 시각을 비롯한 오감으로 경험된다. 이제라도 음식점은 자기 음식에 맞는 색온도의 빛으로 테이블을 비춰야 한다.
음식과 상품이 돋보이고 ‘인스타그래머블’하려면 연색성이 높은 빛을 비춰라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보는 대상인 사물과 비추는 빛이 있어야 한다. 본다는 것은 사물로부터 반사되거나 투과된 빛이 눈에 들어왔을 때 가능하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물체의 형태와 색을 보는 것이다. 인류는 자연의 빛 속에서 살아왔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공조명에 기대어 현대적인 생활하고 있다. 인공적인 빛은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햇빛과는 다르다. 햇빛을 흉내 낸 조명이라서 같은 사물이라도 빛의 종류에 따라서 사물의 색은 햇빛아래서 느낄 때와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빛의 연색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빛을 사물에 비추었을 때 보이는 색감을 연색성이라고 한다. 백열전구를 연색성 평가의 기준(Ra100)으로 볼 때, 빛이 백열전구에 가까운 램프일수록 연색성이 좋다고 한다. 연색성이 좋은 빛은 햇빛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매장이나 옷가게, 음식점 같은 곳에서는 상품본래의 색깔이 잘 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색깔이 식욕과 구매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상품은 햇빛처럼 연색성이 좋은 빛으로 비춰줘야 한다. 햇빛 아래에서는 채소나 요리의 신선함이 잘 느껴진다. 옷 같은 상품이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햇빛에는 파랑색, 녹색, 노란색, 빨간색(파장)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햇빛을 반사한 상품의 색깔이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인간은 햇빛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햇빛에 가장 익숙하다. 당연히 햇빛에 가까운 빛이 비춰진 채소나 요리는 자연스럽고 매력 있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연색성이 높은 조명은 백열전구나 할로겐 같은 특성을 지닌 조명이다. 요리나 식재료, 옷과 같은 상품을 비추기에 좋은 조명이다.
요즘 음식점에서도 LED램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초기 설치비는 비싸지만 전기요금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LED램프 아래서는 파랑색과 노란색이 식재료가 선명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빨강색이 좀 어둡게 보이는 아쉬움이 아직은 있다. 빨강색은 고기나 베이커리, 나뭇결과 관련이 있다.
형광등이나 삼파장 램프는 음식 상품을 조명하기에 썩 좋지는 않다. 형광등이나 삼파장 램프의 연색성 지수가 Ra64~Ra84로 많이 떨어진다. 형광등 빛은 파란색이 많다. 채소나 옷의 색깔이 파란기미를 많이 띈다. 형광등 조명이 설치된 가게에서 옷을 사면 햇빛 아래서 보았을 때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형광등과 삼파장 램프를 식품매장이나 옷가게, 음식점 같은 곳에서 상품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상품이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사무실과 공장의 조명으로 연색성이 떨어지는 형광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품을 비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색성보다 빛의 효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식점이 넓게 보이려면 빛을 이용해 공간의 투명도를 높인다.
공간 속에서 주변 사람이나 물체가 어떻게 보이는가를 공간의 투명도라고 한다. 투명한 유리병 속에 유색의 음료수가 담겨있을 때 색의 보임을 공간색이라고 한다. 공간색은 색이 공간에 꽉 채워지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 공간의 투명도에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면 그런 공간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사교하기에 적합한 공적인 공간으로 경험된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공간은 사람들을 서로 나누게 된다. 사교성은 사라지지만 휴식을 취하기 좋고 칸막이가 없더라도 사적인 공간으로 경험되는 것이다. 빛을 비추는 방식과 빛의 색온도, 조도는 공간의 투명도를 다르게 만든다. 빛 하나로도 음식점에서의 경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빛을 공간에 뿌려주는 방식에 따라서 같은 공간이라도 더 넓거나 좁게 느껴진다. 빛 때문에 깊이가 더 깊게, 높이가 더 높은 공간으로 경험된다. 빛이 어두운 공간은 거울이나 창이 있어 밝은 공간보다는 확실히 좁게 경험된다. 공간감을 이용해 원하는 고객경험을 만들려면 빛을 공간에 뿌려주는 여러 가지 배광방법과 장단점을 알 필요가 있다.
흥미롭고 쾌적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려면 빛을 확실히 대비시킨다.
빛의 밝기는 조도다. 특정한 공간에는 용도에 맞는 밝기도 중요하지만 빛을 어떻게 대비 시키는가도 중요하다. 빛의 대비는 고객 경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공간에 대한 사람의 지각은 밝고 어두움의 대비에 따라 생겨난다. 빛의 대비감, 조명의 색온도와 밝기에 따라서 고객의 경험은 달라진다. 경험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밝거나 어두운 공간 같은 저 대비 환경보다는 밝고 어두움이 대비가 분명한 공간에 더 호감을 가진다. 흥미롭고 쾌적한 공간이라고 느끼게 된다.
빛의 밝기 대비는 공간 속에 밝기차이를 두어 사람들의 공간 인지가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빛의 대비가 낮은 환경은 빛의 밝기차이가 별로 없는 공간이다. 전반적으로 확산조명이 많고 집중조명이 적은 경우 빛이 균일하고 대비가 없게 된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높으면서 밝기 대비가 낮은 공간은 활기차고 사교적인 분위기로 경험된다. 빛의 대비가 낮은 공간의 단점은 일률적인 조명배치로 인해 공간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반면, 빛의 대비가 높은 환경은 빛의 밝기 차이가 높은 공간이다. 집중조명을 많이 사용해서 전경과 배경사이에 밝기 차이가 나타나고, 전경 쪽에 주의가 집중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쾌적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이라면, 테이블(전경-400lx)위와 주변 공간(배경-200lx 이하)은 두 배 이상 밝기 차이를 주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호의적이고 흥미를 느끼며, 쾌적한 브랜드경험을 하게 만들려면, 빛과 색이 대비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안락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려면 빛의 색온도를 낮춘다.
조명의 중요한 특성중 하나는 색온도다. 같은 브랜드 공간이라도 조명의 색온도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게 경험된다. 색온도가 낮은 조명일수록 붉은색을 띄고 색온도가 높은 조명일수록 푸른색을 띈다. 태양 빛은 새벽부터 일몰까지 변화하며 인간의 삶과 기분은 태양 빛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왔다. 고객들에게 마음이 편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려면 색온도 3,000K의 전구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점포에서 대낮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려면 색온도 5,000K의 백색 형광등 조명을 사용하고, 공간에 청명한 느낌을 경험하게 하려면 5,000K~7,000K 사이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빛을 통해 고객들은 음식점과 같은 브랜드 공간에서 공간감, 투명감, 안락함, 쾌적함, 흥미, 프라이빗함 등을 경험하게 된다. 빛의 연출에 따라 같은 공간이라도 브랜드경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브랜드 콘셉트를 전달할 수 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브랜드 경험을 연구하고 빛과 같은 디자인요소를 이용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브랜드경험을 이용해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한다.
음식과 사람 2019년 11월호 칼럼
글/사진 진 익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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