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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익준 Dec 31. 2019

한국전통디자인 정신이 깃든 공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며 독창적인 매력을 갖는다.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 수많은 디자인, 상품, 문화는 빛과 같은 속도로 경계너머로 유통되며 소비되고 있다. 경계를 넘은 새로운 문화는 지켜지거나, 발전되거나, 없어지거나, 융합되면서 기존문화가 되어 간다. 문화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공유하는 독특한 생활양식을 말한다. 자신과 다른 문화적 가치관은 학습되며 이것을 문화접변이라고 한다. 


오늘날 한류와 한식 같은 한국의 문화와 외식 브랜드들이 문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문화권에 진출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성공하려면 자기 브랜드의 특성이 낮선 문화권에서 어떤 문화코드로 인식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여야 한다. 경계 밖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문화적 가치관을 학습시키기 어렵다면 현지의 유사한 문화코드나 연결 가능한 문화코드를 찾아봐야 한다. 생소한 브랜드가 아닌 색다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게 해야 한다.  세계의 디자인, 상품, 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섞이는 글로벌 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국전통 디자인에 깃든 정신을 바로 알아야 새로운 문화권에서 색다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게 만들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며, 색다르고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디자인정신을 알아야 한다.

한 지역의 문화코드를 대표하는 것에는 삶의 기본인 의, 식, 주와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다. 한식 브랜드라면 한국전통디자인을 관통하는 정체성이 느껴져야 한다. 단지 전통적이고 구체적인 디자인 소재를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전통디자인을 관통하는 디자인 정신에 주목해서 디자인 요소를 개발하고 적용해야 세계시장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색다르고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통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중국, 일본과도 다른 한국전통디자인의 특징은 첫째, 자연친화적이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인위적 기교를 부리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유기적이며 비대칭적인 디자인도 특징이다. 한국전통디자인은 둘째, 친인간적이다. 인간적인 감성과 정이 느껴진다. 한국전통디자인은 셋째, 직관적이며 관조적이다. 꽉 채우지 않은 비움의 미학이 느껴진다. 사물과의 합일을 추구하며 명상적인 공간으로 느껴진다. 한국전통디자인은 넷째, 실용적이다. 극단적 색상대비가 적으며 채도가 낮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한국전통디자인 정신이 깃든 외식공간을 만들자.

건축과 인테리어, 구조물과 생활용품 등은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다. 시대의 의식과 사상, 신념을 반영하며 디자이너의 의도와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한국전통 디자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공간(상업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첫째, 건축이나 가구 등에 사용되는 재료가 달라야 한다. 인공적인 느낌이 최소화된 자연스런 재료(원목, 자연석)를 최대한 그대로 이용하여 질박한 감성과 하늘에 순응하는 자세가 느껴지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전통건축의 어프로치와 건물 배치 속에 담긴 전통디자인 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한국건축의 어프로치(도입부)에는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요소가 적고 자연스런 이동을 유도한다. 자연적 요소를 통해 암시하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자연석을 이용해 자연스런 바닥을 포장하며, 긴장을 회피하며 자연과 인간 친화적인 교감을 가능케 한다. 기계적 대칭보다 처한 상황에 맞춰 건물을 배치하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꽤한다. 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이고 마당과 마당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낮은 담장으로 주변에 대해 폐쇄적이지 않다. 바닥 포장은 제한적으로 하며 땅과의 접촉을 중시한다. 셋째, 전통건축의 빛 문화와 표현방법을 알고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전통건축을 통해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한국의 빛 문화와 빛의 표현방법이 서양과 사뭇 다르다. 빛의 대비가 강한 서양식 석조건축과 달리 처마가 깊은 한국전통 목조건축은 실내로 직사광선이 바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강한 태양광을 마당에 반사시키고 창호지를 통해 실내로 부드럽게 유입된 빛은 흰색 벽지를 통해 방안에 고르게 확산되어 밝은 실내분위가 연출된다. 한국의 전통건축은 따뜻함이 감도는 목조건축이며 실내로 유입되는 빛은 음영의 대비가 적고 부드러운 확산광이다. 


자연의 빛은 대개 다운라이트다. 업라이트처럼 부자연스럽고 비일상적인 빛은 주로 서구문화권에서 많이 사용되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한국전통 디자인 정신과 거리가 있다.
한국전통 창호지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햇빛과 달빛은 대비가 강하지 않아서 부드럽고 자연스런 빛의 그라데이션이 특징이다.
한국은 실내 쪽에 창호지를 발라 마무리하고 흰 벽지를 바르기 때문에 내부공간의 대표색은 흰색이다. 따라서 정갈하고 순수하게 느껴지며 빛의 농담이나 변화를 잘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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