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에 목숨거는 소비자들
■ 공간과 경험의 소비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해 11월 출간된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를 필두로 올해 초 서점가의 화제는 ‘밀레니얼세대와 관련된 책들이다. 이런 열풍의 배경은 2020년부터 밀레니얼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소비 패턴도 예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세대의 구매력은 2020년부터 모든 세대를 앞서며 향후 15년간 그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이해, 향후 트렌드 예측, 산업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의 수립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검색-행동-인증-공유의 소비자 행동이 뚜렷이 나타난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것을 쫒으며 카페나 음식점 같은 장소를 방문해도 인증이나 공유를 위해 공간의 분위기를 신경 쓴다. 메뉴의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도 남다르다. 트렌드와 소비분석 연구자들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이제 공간과 경험의 소비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1991년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를 통해 처음 소개한 단어다. 한국에서는 대략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정보통신기술에 친숙한 디지털네이티브다. 기성세대에 비해 디지털기술을 잘 활용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은 밀레니얼세대는 심미적 감수성도 높아서 그러한 특성들이 그들이 찾는 핫플레이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의 공간소비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다양한 관계를 만드는 수단이며,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 고객을 ‘인싸’로 만들어줄 콘텐츠가 음식점의 실력이다.
트렌드와 관련한 최근의 연구와 분석들을 보면 소비자들의 공간과 경험에 대한 소비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뜨는 장소를 일명 ‘핫플레이스’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핫플레이스가 되려면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찍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
핫플레이스를 찾는 이유가 찍는데 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에겐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한 장의 사진으로 올릴 수 없다면 그곳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핫플레이스를 방문해서 인증사진을 찍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이유는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점들은 고객들이 인싸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 개발해주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사람들에겐 찍어 올릴 콘텐츠만 있다면 맛이 없어도 맛 집이 되는 세상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부대시설이 별 것 없어도 자신을 인싸로 만들어줄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은 기어코 그곳을 찾아간다. 찾아가기 어려운 장소를 더 좋아할 때도 있다. 노력과 비용을 들여 한 장의 인생샷을 건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인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점 같은 상업공간에는 소비자들을 인싸로 만들어줄 콘텐츠가 필요하다. 인증을 위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제 음식점에는 공간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신이나 랜드마크, 인스타존(포토존)이 있어야 한다. 먹거리, 볼거리, 찍을거리가 가득한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푸드스타일링에도 신경써야한다. 음식은 대표적인 찍을 거리이기 때문이다. 인증샷을 위한 배경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자주 변화감을 줄 수 있는 소품과 디스플레이 같은 장치도 필요하다.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다.
이제 음식점들은 오감(五感)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바야흐로 경험경제의 시대에 들어섰다.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가 음식점 진짜 실력이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경험만이 소비자들을 집에서 자신의 음식점으로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식품저널 2월호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진 익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