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여름, 런던에 폭격이 시작되자 많은 이들이 도시의 집을 버리고 시골로 떠났다. 1916년 1월 징병제가 도입되어 농사를 비롯한 '국가적 중요성'이 있는 일을 해야만 제외될 수 있게 되자 더 많은 이들이 시골로 향했다.
블룸즈버리그룹의 핵심 인물이었던 레너드 울프와 아내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 서식스 전원 지대에 오래된 농가 찰스턴이 임대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버지니아가 언니 버네사 벨에게 편지를 써서 찰스턴에 와서 살 것을 권한다. ...버네사는 여동생과 가까운 곳에 살게 되어 기뻐했으며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 있는 집은 물론이고 연못과 과일나무, 텃밭이 있는 정원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 <화가들의 정원> 중 찰스턴하우스의 예술가들 부분 317쪽에서
화가들이 모여살던 찰스턴하우스의 담이 둘러진 정원을 그렸다. 화가들도 농사를 열심히 지으며 이 아름다운 정원을 보며 작품활동도 했을 테니 한가하지 않은 삶이었겠지만 할 만했겠다 싶다.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그 못잖게 예술적인 재능을 지닌 언니가 있었다. 바네사 벨이라고 불리는 화가. 후기 인상파라고 자처하며 화가 그룹을 형성해 모여 살았다는데 그곳이 바로 찰스턴이라는 마을이고 이들이 블룸스버리그룹이라 불린다.
이 책의 인트로에는 '화가들은 과일과 꽃, 채소를 기르는 소박하고 단순한 행위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원이 작품 속에 담기고 예술이 정원 속으로 흘러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화가들의 정원을 들여다보면 현실을 변형하고 초월하는 힘을 지닌 위대한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삶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저 꽃나무도 조금 아이들도 조금 남편도 조금 집안일도 조금 가꿀 뿐인 내가 매일 보고 가꾸는 이들 덕에 달라지고 나아간다는 얘긴데 내가 보고 가꾸는 것들을 담는 나의 그림은 그 영향을 받아 어떻게 달라지고 나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