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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교 Jul 29. 2023

오늘도 그림 한 장

에딘버러 웨이벌리 기차역

보고 그리는 일이란, 푸새 같은 것

내가 사람 북적거리는 런던을 보는 일

길이 구불구불한 요크를 보는 일

스코틀랜드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머물고 만

에딘버러의 성을 보는 일


다 그리움으로 보는 것이다


내가 런던의 템즈 강변 공원을 그리는 일

요크의 베티즈 카페를 그리는 일

여행 동료 잃어버린 에딘버러의 기차역을 그리는 일


다 희망으로 그리는 거다


내 눈이 반짝거리던 날의 그리움이 희망이 되어 걸어오는

단 하루라도

 

그리며 떠오르는 런던을 잡아채

고이고이 간직하는


푸새처럼 오래오래 밟아 머물게 하는


*푸새

세탁이 끝난 옷이나 천에 풀을 먹이는 일. 옷이나 천에 힘을 빳빳하게 주어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고 표면을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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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차링크로스 84번지>를 다시 보다가 여주인공 앤 반크로프트가 런던 시가를 지나며 탄성을 지르는 장면에서 멈추고 확 에딘버러 기차역 사진을 뒤졌다.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역인지 모르겠어서 역 안 상점들도 유심히 찾아보았는데도 여행 같이 간 친구들과 헤어진 경로를 다 따라가지는 못했다. 어쨋든 지금 간다면 이 기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므로 한참 보다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


보고 그리는 일을 하는 이유는 푸새처럼 기억에 풀을 빳빳이 먹여 오래 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에딘버러 웨이벌리 역 385×260 종이에 펜수채 2023 리디아


#영국그리기#런던그리기

#차링크로스84번지

#마침내런던

#DrawingLondon&UKwith84CharingCrossRoad

#DrawingClass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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