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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퀸 Dec 08. 2023

03 "이번엔 해외면접이다!" - OO를 만나다.

"될 때까지 하면 결국 된다."

"일단 가보자."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서 대책없이 말레이시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준비된 것 없이.







나는 외국항공사까지 기회를 넓혀보기로 했다. 왜 진작에 이렇게 도전 할 생각을 못했나, 세월만 보낸 것에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외국을 베이스로 사는게 겁이 나서 계속 피하기만 했었다. 왜냐면 나는 해외경험은 해보고 싶지만, 한국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5시간이 넘어 걸리는 곳,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갔다. 한국은 날이 추워 두꺼운 점퍼를 입고 출발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습하고 더운 말레이시아 날씨에 점퍼를 벗었다. 그렇게 호텔에 먼저 가서 짐을 풀고, 다음날 있을 면접 준비를 했다. 캐리어를 풀어헤쳐 면접복을 먼저 곱게 꺼내뒀다. 소소한 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좀 어수선했다. 부푼 마음으로 무작정 오긴 했지만 밤이 되니 기분이 어찌 이상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나. 내 마음까지 어수선했지만 승무원이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다시 마음잡고 일찍 잠에 들었다.


면접 날 아침이 밝았다. 에어아시아 본사로 갔다. 내 이 꿈 하나 때문에 알 수 없는 나라에 뜬금없이 왔다는 게 신기했다. 회사 건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처럼 면접을 위해 예쁘게 차려입고 가는 지원자들이 하나 둘씩 보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올게 왔구나.


에어아시아는 온통 강렬한 빨간색으로 되어있었다. 회사 안에는 윗층에서 아랫층으로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도 있고 인조 잔디도 깔려져있었다. 직원들을 위한 딱딱한 의자가 아닌 푹신하고 낮은 소파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여태 본 회사 중에 제일 편하고 자유로워보였다. 이 분위기 때문에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온 거였는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면접 중간, 쉬는 시간엔 외국인 친구와 같이 미끄럼틀도 탔다. "이런 회사가 있다니!"


그리고 나는 이 신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눈에 마구마구 담았다. 승무원 다음에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차려서 경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다음에 회사 차리면 이렇게 차려야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내 회사에 왔을 때, 내가 느낀 이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회사로 만들어야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을 그때 하고 온 거였다.


그렇게 여러나라에서 온 지원자들이 점점 모여 가득 찼다. 난 번호표를 받았고 면접은 시작됐다. 해외면접 자체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말로만 듣던 면접이 이런거구나. 글로 봤을 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부딪혀보니 별게 없었다. 외국항공사 면접은 그때 그때마다 면접 절차가 바뀌는 식이었고, 이 날은 두 개의 방 중에 내 번호가 불리면 그 방으로 가서 면접을 보는 거였다. 어라? 면접이 이런식으로 바뀔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 번호는 '7번' 느낌좋고.


지원자들이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자신감있게 걸어 들어가고 나오기를 몇번 반복했다.

"NO.7"

내 차례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영어다. 이런 면접 자체가 처음이었다. 항상 딱딱하고 다소 경직된 국내 항공사 면접만 보다가, 이렇게 자유롭고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의 면접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원래의 내 성격대로 유쾌하게 밝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느낌으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면접관도 나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오히려 외국항공사 분위기가 나랑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똑똑'

누군가 들어왔다.





에어아시아 CEO! 토니 페르난데스 였다.

말로만 듣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토니를 그렇게 마주했다. 와~ 이 회사 CEO를 이렇게 본다고? 내가 면접보고 있는 지금 이 방에서? 이 타이밍에? 너무나 신기했다. 깜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토니는 한국 사람을 엄청 좋아했다. 나를 진심으로 반겨줬다. 악수도 하고 면접을 보다가 뜬금없이 밖으로 나가서 사진도 찍고 얘기를 나눴다. 이것이 외국 바이브~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래서 직접 가보라는 거였구나 싶었다.


면접관은 나에게 말했다. "토니는 바빠서 나도 잘 못보는데, 너 럭키야~"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영어테스트까지 마쳤다. 그리고 처음 봤던 인조잔디에 모두 모였고, 파이널 면접까지치뤄졌다. 면접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그때 내 전공을 살려서 노래를 불렀다. 내 전공은 성악이었다. 이 회사는 끼 있고 재능 많은 인재들을 좋아한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기에 분위기 봐가며 용기를 낸 거였다. 사실 그 낯선 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심장 부여잡고 눈 딱 감고 냅다 질렀다.


그렇다. 나는 사활을 걸었다.




그 큰 회사 안에 내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일하던 직원들까지 모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내내 느낌이 좋았다. 내가 내 전공을 여기서 이렇게 써먹다니. 세상 일은 정말 모르는 거야. 나 처음 이런 곳에 와서 해볼거 다 해보고 가네. 역시 후회는 없었다. CEO와 직접 만나서 얘기 한 시간, 리더는 저런 에너지를 가졌구나, 다음엔 어떤 점을 보완해서 면접을 봐야겠다, 앞으로 나 좀 더 용기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끝까지 하면 이거 되겠다! 하는 자신감까지. 합격 여부를 떠나 인생을 살아갈 '용기, 강단'을 얻은 느낌이었다.


느낌이 너무 좋았던 인생 첫 해외면접이었다. 하지만 판단하기엔 일렀다. 워낙 데이고 데인 터라 혹시나 했던 마음 뒤에, 역시나 하는 결과가 있을 수 있기에.




그렇게 난,




재미와 감동만을 주고 왔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또 생각했다.

"될 때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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