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벽으로 둘러 안 그래도 높은 하늘이 더 높아 보인다. 손에 닿지 않는 하늘을 보고 있자면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늘을 탐하지만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으리라.
벽 속의 나는 나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발가벗은 상태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나의 모습은 온전하지만 뒤틀렸다. 외로움에 공허함이 덧씌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벽은 견고해지고 두터워진다. 외부에서 자극이 올 때면 반사적으로 벽돌을 집어 든다. 차마 벽돌을 던지진 못하고 대신 한층 더 높게, 더 강한 벽을 쌓는다.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벽은 답답하다. 그러나 나는 벽을 쌓아 나를 보호하고자 한다.
나를 해하려 하는 자극이던 자연현상이든 안전장비 하나 없이 나체인 나에겐 큰 아픔이다. 나는 두렵다. 내가 부서질까 상처를 입을까 너무 무섭다. 영면이 있을까?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상처는 곪아 터져 나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죽음은 진정한 안식이려나.
벽을 타고 하늘에서부터 봄바람이 불어 내려온다. 나를 부르는 따뜻한 소리. 그 온기에 취해 조금씩 벽을 허문다. 그러나 바깥은 겨울이었다. 꽃샘추위일까 아니면 철 이른 봄바람이었나 아쉬워하기가 무섭게 눈보라가 몰아친다. 살이 에인다. 뼈마디가 시리다.
나는 허겁지겁 다시 벽을 쌓아 올린다. 방음, 방한, 방풍제를 덧바르고 나만의 견고한 성을 만든다. 나는 고립됐다. 고립도 나쁘지 않았다. 혼자는 익숙하다. 상처 받아 아파하기보단 고독을 즐기는 편이 나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터운 방음제를 뚫을 만큼 강한 개구리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벚꽃잎이 뚫린 천장에서 비가 되어 내렸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또다시 벽을 허문다. 이번에는 제발 봄이 왔기를 바라며.
벽 바깥세상은 어떨까? 두렵다. 그러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