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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즈민 Aug 02. 2023

오늘부터 쫌 게을러 보겠습니다.

# 1 - 급제동이 혼란스러워도 때론 감사한 일

 나는 프리랜서 강사이다. 이 직업을 선택한 큰 이유는 근무 시간이 짧아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보통 회사원의 두 배인 듯하다. 물론 시간은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지만 그 이상의 시간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가정과 일을 잘 해낼 수 있다. 코로나 전에 나는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남는 시간 책 읽기 또는 수업 준비를 한다. 이른 기상으로 늘 잠이 부족해 멍할 때면 정신 차리기 위해 잠깐 짬을 내 가까운 지인과 커피 한잔과 수다를 떤다. 초등 저학년 연년생 두 딸,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둥이 아들, 일도 하면서 어린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두 가지를 함께 잘하고 싶은 나는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바쁘게 달려왔고 휴식은 사치라 생각했다.  




 시어머님 칠순 기념으로 가족이 베트남 다낭을 여행하고 왔다. 그때가 2020년 2월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뉴스에서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많아지고 급기야 다양한 사건, 사고로 공포감 연속이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 지인과의 차 한잔 여유도 갖지 못하는 시기였다. 무엇보다 외부강의나 교습소 내 수업을 잠시 중단해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수입은 줄고 외부 활동에는 반드시 열체크와 마스크,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주위 눈치를 봐야 했다.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해 감금된 듯한 답답함과 새로운 뉴스에 신경이 곤두서는 지난 3년이었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는 원하지 않아도 써야 했으며 현재도 선택에 따라 착용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불편함이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강사인 나는 화장하지 않아도 되고 나름 마스크가 얼굴 단점을 보안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마기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말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이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쓴 상태에서 상상한 얼굴과 완전히 다르다는 뜻으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현실을 유머 있게 표현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기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그리고 인생 중반 50을 맞았다.




 코로나 시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마스크는 약간의 단절되는 느낌도 있었다. 우선 간염병에 대한 서로 주의해야 했고 이 시기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매우 외로웠던  다양한 각자의 이견이 있을 것이다. 특히 화상수업으로 얼굴을 봐야 하는 것은 대화에서 엇박자가 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나에게 이 시기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는 좋은 기회였다. 수입은 줄어들었고 간염병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최대한 게을러질 수 있는 시기였다.


 강제 휴강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수입은 없고 사람들도 편하게 만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비워지는 시간에 나는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집에 오면 바로 소파에 늘어지듯 눕는 남편에게 "소파와 결혼해." 침 튀겨가며 짜증 썩인 잔소리를 했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니 '정말 편하구먼.' 웃음이 나왔다. 네**스 국내, 국외 드라마와 영화를 정주행 하면서 아무 생각 없는 멍한 시간을 보냈다. "누구 있나요? 저를 쫌 말려줘요. 이러다 게으름뱅이가 될 것 같아요." 외치고도 싶었다. 바쁘게만 살아온 내 루틴과 편안함이 이제까지 달려온 내 삶에 흠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였으나 잠시 쉬어가는 게으름이 나와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게으르다고,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어떠한 불행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리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고 이제까지 잘 일궈 놓은 내 삶에 감사함도 느끼게 되었다.


  하루를 기억 못 할 만큼 바빴던 나보다 조금 게을러진 내가 좋다. 나를 자세히 기억하게 되는 오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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