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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즈민 Feb 11. 2024

누군가를 아낀다는 것

10년 친구,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에게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을 하였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여보세요?"

"네."

"혹시 ㅡㅡ 엄마인가요?"

"네, 그런데 어디시죠?"

"저는 ㅡㅡ 엄마인데, 학년 대표가 되어서 연락했어요."

"아! 반갑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마침 나이도 동갑이어서 바로 편하게 말 놓고 지내게 되었다.

친구는 자기 생각과 다르게 말투만 다혈질이다.

그래서 한 번씩 대화중 워워, 진정시키고 있다.

특히 아들에 대해서는 재밌게 다혈질이다.


나도 요즘 딸 둘에 아들 하나!


막둥이에게 그 마음이 생긴다. 투덜거리다가도 이뻐서 죽게 되는 사랑의 말투!



그렇게 성별이 다른 아이들은 서로 안부도 묻지 않는 관계이지만 나와 그 친구는 10년 지기!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1년에 한 번씩은 명절 인사 정도 하나 만나기란 참 어려워 친구이다.

나와 그 친구 모두 일을 하긴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늘 바쁜 우리이다.


어느 날 우연히 저녁 맥주 한잔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가 요즘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댁과 친정일로 바쁘고 힘들어했던 친구, 어머님께서 돌아가셔서 매우 아파했다. 난 소원해져 있던 시기여서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하나뿐이 아들과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그리움이 커서인 듯 보였다.

나도 큰 아이가 대학 생활로 떠나 있을 때 무척 그리웠다.


지금도 옆에서 자고 있지만 곧 둘째까지 각자 인생길에 오르게 되어 응원도 하지만 노파심도 생기고 옆에 두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렇게 나보다 더 마음이 아파 보이는 친구.

명절이 지나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친구였다.

"집에 있어?"

"응, 새해 복 많이 받아."

"5분 후에 잠깐 집 앞으로 나오셔."

"왜? 알았어."


매우 쌀쌀한 오후였다.

5분 뒤 친구는  한상자를 들고  와서는

내 손에 쥐어 주면서 "명절 준비로 힘들었지? 딸내미 좋아하는 밤이 없어가 쑥으로 샀다."

라고 위로해 준다.


본인은 더 힘들었으면서.


"명절 잘 보내!"

하며 돌아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집 앞에서 잠시 긴 호흡을 했다.


그리고 자랑하듯 가족들에게

"내 친구가 명절 선물 줬어!"

"다를 나와서 먹자!"


갑자기 어린아이가 선물 받고 자랑하듯 신났다.

그리고 마음이.


지금 어느덧 반백살을 살고 일에 지치고 그 속 사람들에 지칠 때 10년 늘 한결같은 친구로 인해

삶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나의 한마디까지도 기억했다가 챙겨주는 친구가 너무 고맙다.

늘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인연을 맺고 그 속에서 마음의 문이 상처로 잠길 때 나보다 더 힘든 친구는 나를 위로해 준다.



친구야!


고마워,


인생에서 좋은 벗이 의지되고 힘이 된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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