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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브레 Feb 10. 2022

살래요 밤호박스럽게

평생 이 것만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고구마와 밤호박.

때마침 부모님께서 고구마를,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밤호박을 선물해주셨다.


오밀조밀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밤호박을 건네주며

"그냥, 네 생각나서 전해주라고 하셨어"



'그냥'속에 담긴 숱한 다정함.

어른들의 다정한 마음으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온 방이 사랑으로 가득 찬 기분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까? 이 어른들의 애정 어린 마음을.


밤호박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밤호박 같은 사람


익을수록 뭉근하게 아주 살짝 달콤한 향을 풍긴다.


첫 입부터 자기주장 강한 단 맛이 아닌 담백함 속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 맛.

자연스레 점점 음미하게 되는 이 은은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깊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람.

알면 알수록 다정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과 닮았다. 



무엇이든 품어 근사한 요리를 완성시켜주는 그릇이 된다.


밤호박을 통째로 쪄서 속을 파내어 원하는 재료를 담으면 간단하면서 맛있고 근사한 요리가 된다.

무엇이든 다 잘 어울리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팥, 오트밀, 찰밥, 치즈, 계란, 고구마, 오리고기까지!


밤호박이 이렇게 다채로운 재료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건 맛의 개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개성과 의견을 잘 포용하고, 함께 더 빛나도록 뒤에서 단단하게 받쳐주는 서포터.

그렇기에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사람.




밤호박 곁엔 또 다른 밤호박들이



남을 위할 때 더 큰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는 내 곁엔 똑같이 밤호박스러운 짝꿍들이 참 많다.

남이 잘 되도록 돕고, 같이 성장하며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이 고운 마음들을 고이 기억해둬야지.

그리고 나도 예쁘게 되돌려 주어야지.


같이 무럭무럭 자라며 뒹굴고 싶다. 뭉근하게 따스한 밤호박 밭에서.






단단하지만 딱딱하진 않은

부드럽지만 물렁하진 않은

나를 꺼내어 남을 품어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부드럽고 사랑 가득한 밤호박 한 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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