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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Apr 10. 2023

친구 집에서 그냥 가져온 장난감

친구집에 놀러 가는 날을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딸아이와는 달리 엄마인 나는 그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심란해졌다. 호주는 보통 친구집에 가면 두어 시간 놀고 오는데, 그날은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친구집에 아이만 놓고 와야 하고, 하루 종일 그 집에서 우리 아이를 봐주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친구의 엄마는 걱정 말고 편히 보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혹시 그 엄마가 식사나 간식 준비가 힘들 수도 있으니 도시락을 조금 챙겨줘야 했고, 마침 부활절 기간이라서(호주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은 큰 명절이다.) 작은 선물도 들려 보내야 하는데 그 친구가 여동생이 하나 있으니 모든 걸 두 개씩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는 친구집에 가는 날 아침부터 들떠서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기 물건과 인형들을 두서없이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중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는데 그것을 바로 메달이었다. 딸아이가 발레를 시작하고 받았던 첫 발레 메달. 사실 공신력 있는 그런 메달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우리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그것은 놓고 가라고 이야기했다. 기어코 들고 갈 줄은 몰랐다.


오후가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갔다. 정신없이 놀고 있으라

엄마가 온 줄도 모를 정도로 즐거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하루 뭐 하고 보냈는지 물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 메달을 친구에게 줬다고 하는 것이었다. 부활절 기념 에그헌팅을 했는데 친구가 자기보다 잘해서 선물로 메달을 걸어줬다고 했다. 그 대신에 자기는 그 친구에게 페파피그 인형을 받아왔다고 했다. 심지어 친구의 할머니는 허락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자기 가방에 그냥 넣으며 가져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곧장 차를 돌려 친구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에게 페파피그 인형을 직접 친구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허락 없이
우리 집 물건이나 친구집 물건
교환하는 건 절대 안 돼.

친구 선물은 엄마랑 같이 새 걸로 사서 포장한 것만 줄 수 있어.


딸아이는 6살이지만 제법 내 말을 알아들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겐 소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소중한 물건은 소중히 다루어야 하며,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집에 있는 것들은 주고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잠시 후 딸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메달을 다시 갖고 싶은 데 어떻게 하냐고 우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달래고 친구 엄마에게 이야기하겠다고 안심시켰다. 그러고 그날 저녁 나는 친구 엄마에게 고심 끝에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를 하루종일 봐주었는데 혹시나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나 아이 친구의 엄마는 너무나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 하루 자신의 집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아이들과, 나의 정성에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내 진심이 잘 전달된 것에 감사했다.


아이를 키우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늘 생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거쳐나가며 나와 아이는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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