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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Oct 18. 2022

생일 3

생일 초대를 받지 못했음에도,

아이가 생일 초대에 받지 못한 날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는 건 요즘 나의 큰 일 중 하나이다. 계획했던 비즈니스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덕분에 개인 운동 시간을 얻었고, 특히 아이와 아침과 오후 등하교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아침 여느 때처럼 아이의 가방은 내가 들어주고, 아이는 자신의 수영복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다. 호주의 학교는 보통 도착하자마자 책가방은 락커에 놓고, 도시락 2개와 물통을 꺼내어 각자의 자리에 놓아둔다. 우리는 락커에 도착해서 가방을 놓으려고 하는 데, 딸아이의 베프가 다가와서는 손에 들린 편지 봉투 하나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미아의 생일에 초대받았는데, 너 초대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 친구도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순간 표정관리를 해야만 했다. 내 당황스러운 얼굴이 아이 친구에게 드러나지 않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 나는 상관없어.


그렇게 말을 하며 딸아이는 자신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도시락 가방을 챙겨서 교실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이내 아이의 얼굴을 흘끔흘끔 확인했다. 혹시 우는 건 아닐까? 너무 속상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정말 마음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이에게 인사를 한 후 오후에 다시 데리러 올 테니 오늘 하루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라고 이야기를 하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왜인지 이번 주의 시작이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 아이의 부모에게 원망의 마음이 생겼다.


왜 우리 아이 마음을
월요일부터 안 좋게 하는 거야,
남들 다 있는 그깟 생일이 뭐라고.

한 편으로는 생일 초대가 대수인가 싶다가도, 그게 뭐라고 또 초대를 하고 안 하는 아이를 구분 지었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가, 생일 파티를 할 아이가 괜스레 미웠다가, 또 갑자기 그 부모가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까지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마음을 쓰고 있었다. 부디 내 아이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드디어 오후, 아이를 하교시키러 다시 학교로 갔다. 아이의 얼굴 표정부터 살폈다. 딸아이는 평소 때처럼 나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오늘 하루는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며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내일 보자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침의 그 일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보통의 딸아이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더 이상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평소처럼 그렇게 놀고, 티브이도 보고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 그날 밤, 자기 전 나는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슬쩍 꺼내 보았다. 혹시 알게 모르게 상처받은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딸은 대답했다.


조금 슬펐는데 괜찮아.
그래도 오늘 미아하고도 잘 놀았어.

그 아이하고도 잘 놀았다는 말에 조금은 놀랐다. 왜인지 서로가 서로를 피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라서 그런가. 다행이다 싶었다. 그 순간 딸은 이 말을 덧붙였다.


근데 엄마, 내 생일에는 친구들 모두 초대하자.
나는 모두를 초대하고 싶어.


나는 정말이지 이 말을 듣고 묵직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아이가 한 수 위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사고하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고쳐질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나는 아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니 생일에는 그럼 다 초대하자. 그리고 다 같이 재밌게 놀자." 그러자 아이는 "예이!! Yei!!" 하며 이불을 걷어차기까지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참 많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혹은 저런 행동을 할까 싶은 때가 늘 생긴다. 아이를 키우며 특히 나는 내면이 성장하는 경험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나같이 편협한 생각이나 고정관념에 쌓여 있는 사람일수록 육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마음도 조금 더 넓어지고, 이해심도 생기고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지.


고마운 내 딸, 너로 인해 엄마가 성장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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