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분노
나는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와 지냈다.
그 시절 기억나는 일은 대부분이 어머니와의 다툼이었다.
어머니는 자주 화를 내셨다.
왜 화를 내시는지 여쭤보면,
"네가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라고 하셨다.
"왜 꼭 그 말을 따라야 하죠?"하고 되물으면,
"엄마 말이니까 무조건 들어야 해"라고 하셨다.
반복되는 대화, 반복되는 갈등.
서로의 주장을 어느 쪽도 굽히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한참 다투고 난 후, 어머니는 화가 많이 나셨고
줄행랑을 치는 내게 신발을 던지셨다.
나는 열심히 도망쳐서 동네를 배회하다 딸기를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무슨 마음이었는지,
딸기 한 팩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어머니가 딸기를 받고 화를 푸신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산거였는데, 어머니는 사과의 의미로 받아들이신 것 같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화날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금방 풀릴 수 있지?'
곰곰이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그때 느꼈다.
계속 반복되는 다툼 속에서
문제의 원인은 나만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어머니는 늘 바쁘셨고
긴장된 상태에서 지내셨다.
나는 그저, 그 피로 위에 얹힌 트리거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어머니가 화를 내셔도
예전처럼 맞서 싸우고 그러다 맞기도 하고,
'나 잘못한 거 없다.' 고 주장하던 모습은 줄어들었다.
물론, 어머니의 통제하려는 마음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것은 사소한 부분에 머물렀고,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나를 존중해 주셨다.
최근에서야 휴먼디자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감정에는 각기 다른 곡선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
어머니는 특히
감정이 갑자기 크게 치솟았다가, 확 꺼지는 곡선을 가지신 분이었다.
그리고 감정은 때로는 인식의 통로가 되지만,
그 자체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지금 어머니는 78세시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떤 순간에는 갑자기 화를 내시거나, 목소리를 확 높이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우리 엄마 아직 뱃 힘이 쨍쨍하시네~!"
그러면 조금 전까지 화를 내시던 어머니도
피식 웃으시며 금세 누그러지신다.
예전에 어머니를 봤던 친구들에게
요즘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면,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나도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