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용서란 뭘까?

주역 몽괘와 유전자키 4번을 읽고

by 진전노트


이해와 용서란 뭘까?
-주역 몽괘와 유전자키 4번을 읽고


주역의 네 번째 괘는 산수몽이다.
위에는 산(艮), 아래는 물(坎).
'몽(蒙)'은 무지한 생명(豕, 돼지시)을 풀(艹)로 잘 덮어서(冖, 덮을 멱) 기르는 것을 뜻하며,
'어리석을 몽', 동시에 '기를 몽'이라는 의미가 있다.
산속에서 샘물이 나와 냇물이 되고,
또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듯,
이 괘는 교육과 성장의 과정을 상징한다.

유전자키 4번 게이트는 철학자(Philosopher)를 의미하며,
그림자-선물-싯디는 다음과 같다.


편협함(Intolerance)
이해(Understanding)
용서(Forgiveness)

여기서 '이해'는 흔히 말하는 인간관계 속의 이해를 넘어서,
존재 전체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추구하는 에너지에 가깝다.
그리고 '용서'는 이해조차 필요 없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일반적인 이해와 용서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유전자키에서는
그림자로 깊이 들어감으로써 선물이나 싯디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편협함은 '내 생각이 옳다'는 믿음 속에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스스로 옳다고 여긴 논리조차 작은 울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럴 때 인식이 넓어지고 '이해'의 상태에 닿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이해조차 필요 없는 '용서'의 자리,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자리에 이르게 된다.

편협함, 이해, 용서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이해나 용서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 가지 상태는 하나의 파도처럼 한 사람 안에서 출렁인다.

유전자키나 서양 영성의 흐름을 보면, '수용'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나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수용은 멈춤이 아니라 출발일지도 모른다.
잡아두던 혼란, 죄책감, 불안, 의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드러날 수 있다.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작고 불완전한 나 자신도 안아줄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안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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