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층고가 4.5미터나 되는 구조입니다. 처음 공간을 봤을 때는 '이렇게 높은 천장이라니!'하며 감탄했지만, 페인팅 작업을 앞두고 보니 큰 도전을 실감했습니다.
일반적인 롤러나 붓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사다리를 놓아도 구석구석까지 칠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에어리스(스프레이 장비, 일명 뿜칠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인트를 분사하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층고가 워낙 높아서 이 작업 또한 지난 번 수도작업을 할 때 사두었던 "미국식 사다리"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습니다.
에어리스라는 장비에 대해 유튜브를 뒤져가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압축공기 없이 고압으로 페인트를 분사하는 장비로, 넓은 면적과 높은 곳을 효율적으로 도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영상들을 보니 사용법도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장비 구입이었습니다. 새 에어리스 장비는 상당히 비싸고, 중고 시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좋은 조건의 제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사고-쓰고-팔기' 작전이었습니다.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새 에어리스 장비를 구매하고, 작업을 마친 후 즉시 중고로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중고 물품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에어리스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중고 물건은 부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성공이었습니다. 꽤 비싼 장비였는데, 구매가를 거의 유지하며 깔끔하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의 자존심도 지키고, 경제적 부담도 최소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었습니다. 단, 이 작전은 아무 제품에나 통용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검증된 몇몇 제품이 있는데 비싸더라도, 검증된 제품을 구매해야 나중에 되팔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업을 할 때에도 검증된 제품이 아니면 페인트가 막힌다든지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페인팅 작업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양 작업이었습니다. 에어리스는 미세한 페인트 입자를 분사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페인트가 스며듭니다. 콘센트, 에어컨, 문, 유리창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비닐과 마스킹 테이프로 꼼꼼히 감싸야 했습니다.
특히 여름철 작업이라 더욱 힘들었다. 에어컨까지 보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 공간이 마치 비닐하우스처럼 변했다.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하려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벌써 지쳐있었습니다.
페인팅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퍼티입니다. 벽면의 크랙이나 구멍, 불균등한 부분들을 퍼티로 메우고 평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페인트를 써도 결과물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4.5미터 높이의 벽면 전체를 퍼티질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하면 할수록 몸은 지쳐가는데, 부족한 부분이 계속 보여서 도저히 끝을 낼 수 없었습니다. 고소작업대 위에서 목과 어깨는 무리를 호소하고, 땀이 우수수 흘러내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대충 마무리짓는 것으로. 퍼티가 중요하긴 하지만, 적당히 끊고 대충 마무리 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페인트는 "던 에드워드"라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색감이 뛰어나고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에 끌렸습니다. 면적이 넓지 않은 공간이라 던 에드워드의 다양한 색상 중에서도 화이트 계열의 밝은 톤을 선택했습니다.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벽면에 반사되어 공간 전체가 한층 밝고 깔끔한 느낌을 주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에어리스 장비의 특성상 페인트 소모량이 일반적인 롤러 작업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던 에드워드가 "돈" 에드워드였습니다. 기계가 페인트를 많이 먹어서 추가 구매를 했습니다. 결국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 상황이 되었습니다. 에어리스 작업에는 가성비 좋은 페인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후에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던 에드워드 페인트의 품질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마감이 매끄러웠으며, 무엇보다 페인트 독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책방 운영 과정에서 확인되었는데, 신축 상가라 같은 상가의 다른 매장에서는 페인팅 알레르기가 있다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책방에서는 그런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에어리스를 이용한 본격적인 뿜칠 작업이 시작되면, 고소작업대와 연장바를 준비하고, 마스크와 작업복으로 완전무장해야 합니다. 에어리스에서 나오는 미세한 페인트 입자는 피부와 호흡기로 침투하기 쉽기 때문에 안전장비는 필수였습니다.
4.5미터 높이의 벽면을 균등하게 칠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와 속도를 유지해야 했다. 너무 가까이 대면 페인트가 흘러내리고, 너무 멀리 하면 색이 고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아 여러 번 실패를 반복했지만, 점차 요령을 터득해 나갔습니다.
여름철 밀폐된 공간에서의 작업은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보양으로 인해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비를 들고 계속 움직여야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퇴근하고 싶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페인트 냄새에 지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때가 바로, 에어리스 세척의 골든타임이라는 절망적인 사실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페인트가 장비 내부에서 굳기 시작하면 세척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수성 페인트라고 해서 물로 쉽게 지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거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곧 중고 판매 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아무리 지치고 귀찮더라도 작업 직후 즉시 세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거의 새 제품과 다름없는 상태로 중고 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페인팅 작업은 벽에 색을 칠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직접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재미, 공간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는 못했지만, 에어리스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본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