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공사] 수도배수공사

by 박멀미



신축이라 배관을 처음부터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수도관이나 배수관 공사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책방에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싱크대까지 들어올 계획을 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배수를 신경 써야 했습니다. 커피머신 놓을 자리부터 정하고 거기서부터 역산해서 배관을 계산했습니다.



▶️4.5미터 천장과의 사투


첫 번째 미션은 수도관 찾기였습니다. 천정을 올려다보니 수도관이 파란색으로 되어 있어서 금세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높이였습니다. 천장이 4.5미터나 되니까 밸브를 발견해도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사다리 갖고 올라가려다가 포기했습니다. 한번은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나뒹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바닥에 몸이 닿는 순간 몸이 스스로 움직여 낙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다친 곳이 없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낙법이 사용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사다리 작업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 사다리 위에 올라가니 작업을 위한 자세가 나오지 않고, 힘도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4.5미터의 높은 층고를 셀프인테리어 하겠다고 용감하게 계획해놓고, 기초적인 단계에 막혀버린 것입니다. 전문가를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높은 곳 작업이 많을 것 같아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페인팅도 해야 하고 조명도 달아야 하는데 매번 사람을 부를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상가를 둘러보니 역시 사다리로 공사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대신 공사현장에서 "아시바"라고 불리우는 "우마"를 갖다놓고 쓰고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사용료를 내고 빌릴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아예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높은 곳에 올라가 전구도 바꾸고, 가끔씩 수리할 일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층고 작업의 해결책 발견


수소문한 결과 6피트 이동식 작업대를 찾았습니다. 높이가 190센티미터입니다. 메탈테크 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인데, "미국 사다리 광인들이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살펴보면 미쿡 아저씨들의 DIY 감성이 느껴지는 실용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미끄럼 방지 바닥, 눈에 잘 띄는 견고한 노란색 도장, 간편한 원터치식 높이조절, 기어 올라갈 수 있는 개폐 뚜껑식 발판 등, 투박한 기능이 세심하게 적용된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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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걸 받기까지 큰 고생이 있었습니다. 제품의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 택배가 아니고, 화물 택택배로 옵니다. 그것까지는 상관없는데, 화물지점 영업소에 직접 찾아가라고 연락이 옵니다. 일반 SUV로는 안되고 트럭이 있어야 싣고 올수 있습니다. 그래서 트럭을 빌려서 간신히 가져왔습니다. 성인남자 두명이 들어야 하는 무게이며, 혼자서 끌고 다니려면 '구르마'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걸 사서 나중에 어디다 쓸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최고의 투자였습니다. 이 미국 사다리 덕분에 무수히 많은 셀프 작업들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 급수관 : 일단 물부터 나오게 하자



미국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밸브의 규격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A입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배관은 15A이기 때문에 관 구경을 줄여주는 레듀샤(reducer)라는 부속을 사야합니다. 이제 연결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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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배관은 금속 파이프로 되어 있지만, 그것을 실제 사용처에 끌어올 때에는 "PB 파이프"라는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시공이 훨씬 간편하고 가격 또한 저렴합니다. 일종에 플라스틱 파이프인데 가볍습니다. 커팅도 마치 가위로 자르듯 너무 쉽습니다. 연결할 때도 그냥 밀어 넣기만 하면 됩니다. 유연성이 있어서, 치수가 조금 맞지 않거나 간섭이 되는 부분도 어느정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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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욕심부리지 말고 일단 1차로 천장에서 바닥으로 물이 나오게만 했습니다. 임시로 수도꼭지 하나 달고 테스트해보니 물이 잘 나왔습니다. 이제 작업하면서 물을 쓸 수 있으니까 다른 공사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싱크대는 나중에 들어왔는데, 그때 다시 분기 작업을 했습니다. 냉수만 연결하고 온수는 작은 전기 보일러로 해결했습니다.




▶️ 배수관 : 바닥의 커다란 구멍


수도관 바로 아래쪽 바닥에 배수관이 있었습니다. 설계할 때 일부러 가까이 배치한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배관을 길게 돌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배수관 구멍을 보니 100A짜리 엄청 큰 관이 뚫려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수관을 모두 100A관을 사용해 구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굵어서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배수관은 어차피 오수를 흘려보내는 관이니, 50A 관으로 배수 라인을 만들고 끝에만 100A 구멍에 쏙 집어넣는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냄새가 올라오지 않도록 틈새를 마감했습니다. (레듀샤를 사용해도 됩니다.)


후에 커피머신, 제빙기,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을 모두 하나의 배수 라인으로 처리했습니다.50A 관 하나로 메인 라인을 만들고 거기에 각각 연결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물이 배수관으로 잘 흘러가도록 경사를 잘 맞춰야 하는 점만 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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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할 만했다


배관 공사가 다른 공사들보다 오히려 쉬웠습니다. 자재도 초보자가 쓰기 쉽게 나와 있습니다. 다만 안전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높은 곳 작업할 때에는 무리하지 말고, 모든 장비를 갖춘 후에 두 명이상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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