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테리어 계획
1. 현장조사 : 전기와 수도, 배수관의 위치를 중심으로
2. 도면작성과 업무범위 설정 : 도면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과 외부에 의뢰 작업을 구분하기
3. 작업 공정과 순서 정하기
이번 글은 셀프 인테리어 계획 중 3. 공사 순서 정하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책방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신경을 쓴 부분은 ‘작업 공정의 순서’를 제대로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평소 공방에 다니거나 DIY 작업을 즐겨하던 저는 순서를 뒤죽박죽 진행해서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난 경험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눈에 띄는 변화를 보고 싶어 페인팅부터 시작했다가는 뒤에 나오는 공정으로 인해 페인트 작업이 망가지거나 하는 유의 것들입니다. 건축 자재와 시공 과정의 특성을 이해하면 왜 특정 순서를 지켜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수도배관, 전기, 조명, 페인팅, 바닥은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입니다. 여기에 벽체를 세우고, 가구를 짜는 ‘목공’이 추가됩니다. 추리 책방은 공간이 좁아서 목공으로 실내를 꾸미는 작업은 최소화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작업을 했습니다.
✓ 기본 공정 5단계
① 임시조명 설치 → ② 수도·배관 공사 → 3단계: 페인팅 → 4단계: 전기조명 → 5단계: 바닥 시공
채광이 충분하고 낮에만 작업한다면 임시조명이 필요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금방 어두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작업을 하는 도중에는 몰입을 하느라,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든 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 공포심이 드는 그런 때가 있습니다. 북향, 지하, 반지하 공간이라면 반드시 임시조명을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명이 부족하면 작업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정밀한 작업이 어려워집니다.
임시조명은 콘센트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천장에서 나온 조명 자리에 설치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정식 조명의 자리에 임시조명을 달고 작업을 했습니다. 추후에 정식 조명을 설치하려면 어차피 천장에서 나온 전선과 스위치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귀찮았지만 미리 전선의 위치파악도 할 겸 천정에 결선작업을 해서 임시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급수 및 배수관 공사는 반드시 초기에 진행해야 합니다. 수도와 배수 위치가 공간의 전체 구조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상가의 급수관과 배수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책방 운영에 필요한 급수 지점을 계획해야 합니다. 특히 서점에 커피 머신이나 조리실, 세면대 등을 들일 시에는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목공을 하고 집기류가 들어온 상태에서 수도 배관 작업이 들어가면, 간섭이 발생하거나 미관을 해히는 등 예상치 못한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마감재를 뜯어내거나, 최악의 경우 공간 구조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페인팅이나 바닥 시공 후에 배관 공사를 하면 완성된 마감재를 뜯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배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진동으로 인해 주변 마감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배수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수관을 나중에 설치하면 공간에 간섭이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씽크대와 배수관이 멀 경우에는 바닥을 뜯어서 매립을 해야하는데 이미 공간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작업이 불가능해 내부 구조를 재배치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상가에서 벽체 마감에 주로 사용되는 것이 페인팅입니다. 페인팅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공정이며, 작업 순서 측면에서는 가장 신경써야 할 공정인 것 같습니다. 페인팅을 미리해서 페인팅을 망치는 경우가 있고, 페인팅을 나중에 해서 다른 인테리어를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 책방은 페인팅을 하고 나서, 전기 조명 바닥작업을 했습니다. 전기 조명을 하고 나서 페인팅을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저희는 페인팅 방식을 에어리스 기계를 사용해서 뿌리는 방식을 사용할 생각을 했습니다. 따라서 보양을 하는 것도 어렵고, 보양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되어 순서를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닥 시공 후 벽면 페인팅을 하면 페인트 방울, 롤러 튀김, 작업자 발자국으로 바닥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밝은 색상의 바닥은 한 번 오염되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전기 작업은 크게 콘센트 배선과 조명 설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콘센트의 위치와 개수를 미리 계획하고, 공간 내 가구 배치를 구상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콘센트 작업의 경우 벽체나 가구등의 실물이 있다면, 바로 설치하는 것이고, 실물이 없다면 앞으로 들어올 물건들의 배치를 미리 예상해서 전기 선을 뽑아 놓아야 합니다. 특히 커피 머신처럼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기는 반드시 분전함에서 단독 배선을 끌어와야 합니다.
우리 책방은 레일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레일 조명은 나중에 다양한 조명으로 교체하거나 추가할 수 있어 실용적입니다.
✓ 조명 설치 시 주의할 점
• 레일 조명 설치 시 천장에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상당한 분진과 먼지가 발생하므로 반드시 바닥 작업 전에 조명 설치를 마쳐야 합니다.
• 레일 조명의 주요 자재가 금속이기 때문에, 바닥 공사 후에 진행하면 바닥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모든 먼지 발생 공정(페인팅, 전기, 배관 등)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바닥재를 시공합니다. 바닥 공정을 가장 마지막으로 두는 것은 인테리어 작업의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일반적인 상가의 경우 목공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바닥재를 시공합니다. 바닥을 먼저 깔고 실내 목공을 하면 바닥을 다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목공으로 짠 테이블이나 벽체가 콘크리트 땅에 박혀있고, 바닥재가 이들을 피해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번 만들어진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려면 바닥 작업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 책방은 일반적인 상가와 다르게 큰 목공 작업 없이 바닥 전체를 하나의 판 형태로 작업했습니다. 책장도 목수에게 의뢰해서 붙박이로 짜지 않고, 기성 책장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뼈아픈 생각에서 비롯한 것인데, 책방이 망하더라도 책장을 처분하거나 이사를 원활하기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덕분에 책장이나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고, 공간 구성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 바닥 시공 팁
• 목공 작업이 간단하거나 없으면 바닥 전체를 먼저 깔고 가구를 들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 큰 목공 공정이 있다면 목공 완료 후 바닥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소개한 순서는 우리 책방에서 진행한 내용이며, 필수 원칙이 아닙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각 개별 현장과 작업공종의 특성에 맞게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축이 아닌 기존 상가의 경우에는 이미 되어있는 수도, 배관의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기존 배관의 부분 보수를 실시한 상태에서 페인팅 → 전기조명 → 바닥 순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작업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 주말이나 야간에만 작업이 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작업단위를 구분해 단계별 중간 점검 포인트를 설정하여, 그에 맞게 작업단위로 마무리 하는 편이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목적 지점 없이 작업을 지속해 나가면 경험 상 늦게까지 작업을 하게되고, 안전 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이 끝날때마다 결과물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성취감에 취해 성능 점검에 소홀할 때가 있는데, 실수가 나중에 발견되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작업별 중간점검 체크리스트 예시
• 임시조명 설치 후: 조명 밝기 및 위치 점검• 수도·배관 공사 후: 누수 및 배관 연결 상태 확인
• 페인팅 후: 벽면 색상 균일성 및 오염 확인
• 전기 공사 후: 누전 여부, 콘센트 정상 작동 점검
• 바닥 시공 후: 바닥 수평 상태, 손상 여부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