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리에게)“최 과장 !“ 직급 높여 부르기

[타깃] 후배 직원에게

by 박멀미

[타깃] 후배 직원에게


[암기 구문] (최 대리에게 )“최 과장 !“


오늘은 킬링 버스(Killing verse) 비기 구문이다. 일단 먼저 큐!


특등 능구렁이 임원 : (최 대리를 바라보며) 최 과장...!

최 대리 : (난 최 과장 아닌데?.. 아 놔... 대답할까 말까...) 네 최 대리 여기 있습니다.

특등 능구렁이 임원 : (무시하며) 최 과장...! 내 방으로 오게.


직장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돈? 맞다. 그런데 그건 사장님 소관이다. 칭찬? 맞다. 그런데 매번 칭찬하면 싸구려가 된다. 위협? 당장 그만두겠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이 움직이는가. 직장에서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한 가지 진리가 보인다. 사람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움직이고, 감정은 '인정받는다'는 느낌에서 시작된다. 실력 있는 리더라도 상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그 실력은 절반도 못 쓴다. 반대로 아무리 평범한 리더라도 상대의 마음 문을 여는 순간, 그 사람은 시키는 것 이상을 한다.


직장 현실이란 건 또 녹록지 않다. 아침부터 일이 터지고, 회의가 쌓이고, 보고서는 쌓이는데, 팀원 한 명 한 명 감정 케어를 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면담? 일대일 미팅? 다 좋다. 근데 시간이 어딨어. 그때 쓰는 것이 바로 오늘의 비기(秘技)다. 그런데 아무나 쓸 수 없는 구문이라는 한계는 있다.



[핵심 원리]


이 구문의 탄생 경위부터 밝혀야겠다. 한때 정치 9단 특등 능구렁이 임원을 관찰한 적이 있다. 그분은 팀원들을 볼 때마다 한 직급씩 높여서 불렀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바쁘시니까 이름을 잘못 기억하시나? 아니었다. 그건 작업이었다. (뻔뻔한 그는 후에 조직 내 암투에서도 승리하며 부사장까지 오르게 된다.)


이 별것 아닌 구문에 고도의 묘수가 숨어 있다.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가) 허를 찌른다


'난 과장 아닌데, 대리인데...'

'최 과장'이라고 불리는 순간, 최 대리는 잠깐 멈춘다. 머릿속이 짧게 정지한다. '나 과장 아닌데...? 대답할까, 말까...' 이 짧은 소동 자체가 핵심이다.


청자가 I형이라면 침묵을 지킨다. 난 어쨌든 과장 아니니까. 난 떳떳하다고.. 청자가 E형이라면 그래도 대답은 한다. E타입은 어쨌든 잠깐의 소동 후 자신이 <최 대리>임을 능구렁이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그분은 무시하고 최대리의 눈을 마주치며 <최 과장>으로 부른다.

허를 찔러 최대리의 뇌를 잠깐 비워버리는 것이다. 비워진 뇌에는 능구렁이가 원하는 메시지를 집어넣기 쉽다. 조종을 하려는 고도의 사전 작업인 것이다.



나) 넌 한 직급 올라갈 거야 암시


불편함은 0.5초뿐이다. 그다음 순간, 최 대리의 감정은 묘하게 좋아진다. 나 = 대리가 아니라, 나 = 과장으로 인식되는 경험이 발생한다. '이 어르신 눈썰미가 있으시네. 역시 사람 볼 줄 아셔.' 행복 회로가 돌아간다.


'과장'이라는 '씨앗'이 내 가슴 속에 심어지는 순간, 능구렁이 임원을 볼 때마다, 그 씨앗은 조금씩 자라난다. 이젠 이 말을 듣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당신은 이제 코끼리를 온종일 생각하게 되는 원리다. (부디 이런 술수에 넘어가지 말기를!)


행복 회로는 단순히 기분 좋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과장처럼 행동해야겠다'는 책임감까지 딸려온다. 직급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당장 직함 하나를 높여 불렀을 뿐인데, 그 사람의 자기 인식이 바뀌는 마법(魔法)이다.


다) 충성심 스위치 ON (내 말을 잘 듣는다면 말이지...)


그가 저렇게 부를 때에는 영락없이 능구렁이 방으로 소환된다. 그리고 특별 미션이 주어진다. 이때 최 대리의 잠재의식에 들어오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말 잘 들으면 넌 진짜 과장이 된다.'

명시적으로 한 말이 없다. 계약서도 없다. 그러나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된다. 그리고 충성심을 자극한다. (무셔워...)


핵심은 이것이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 한 직급 올려 부르는 것만으로 '이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는 인식이 심어진다. 인정받는다는 감각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동기다.


이 비기의 완성판은 겉모습에도 있다. 능구렁이 임원은 60이 훌쩍 넘었는데 매일 정장 차림이었다. 얼굴은 번들번들 관리된 피부였고, 머리는 2:8 가르마에 포마드 기름이 좔좔 흘렀다. 어깨 끈 없는 클래식 가죽 가방을 들고 다녔다. '결정권자'의 아우라가 온몸에서 풍겼다.

그 결정권자 이미지 위에 "최 과장!"이 얹혀야 효과가 배가 된다. 아무나 이 말을 해선 안 된다. 적어도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이 해야 먹힌다.



[Sample Dialog]


Dialog 1 : 업무 지시 상황 — 복도에서의 한 마디


(상황: 최 대리가 새로운 고객사 제안서를 맡게 됐다. 부장은 복도에서 최 대리와 마주쳤다.)


나 : (걸음을 멈추며, 중저음으로 자연스럽게) 최 과장.
최 대리 : (살짝 당황하며) 아, 네...! (나 대리인데... 어... 일단 대답했다)

나 : (개의치 않고, 천천히) 이번 C사 제안서, 최 과장이 주도해서 가져와요.
최 대리 : (아까 그 어색함은 사라지고, 왠지 모르게 어깨가 올라가며) 네, 알겠습니다! (내가... 주도...?! 오..)

나 : (짧게 끄덕이고 지나가며) 믿어요.
최 대리 : (혼자 중얼거리며) ...최 과장... (행복 회로 가동 중)



Dialog 2 : 프로젝트 마무리 상황 — 공개 석상에서의 칭찬


(상황: 회의 종료 후, 팀원들이 일어서는 시점. 최 대리가 이번 프로젝트 실무를 도맡았다.)


나 : (일어서며, 자연스럽게 최 대리 쪽을 바라보고) 이번 건 최 과장이 고생 많았어요.
다른 팀원들 : (잠깐 최 대리를 봄)

최 대리 : (당황과 기쁨이 섞여서, 목소리가 약간 올라가며)아, 저는 최 대리인데요... 감사합니다!
나 : (아는 척 안 하고 짐 챙기며) 수고했어요, 최 과장.

최 대리 : (표정이 묘하게 빛남. 주변 팀원들도 최 대리를 다시 한번 봄)(속으로: 부장님이... 나를 과장으로...?! 소름...)
나 : (속으로: 됐다. 다음 프로젝트도 알아서 달려오겠지.)



[잘못된 용례]


Dialog 1 : 사원 → 주임: 어설픈 시전은 역효과


최 대리 : (김 사원을 바라보며) 김 주임~!

김 사원 : (??... 나 사원인데... 이 대리는 왜 저러지?)

최 대리 : 이번 문서 정리 좀 부탁해요, 김 주임.

김 사원 : (속으로: 저 대리 왜 저래. 과장도 아닌데 뭘 높여 불러. 오그라들어.)


어설프게 '사원-주임' 급에는 쓰지 말자. 없어 보인다. 듣는 김 사원도 싫어한다. 넌 그냥 머리 나쁜 사람이 된다. 결정권자 정도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니 그때를 기약하길.



Dialog 1 : 진급 기피 인사(조직)에게 시전: 역효과 발생


MZ 직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다는 문화가 있다. 진급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은 두 배, 야근은 세 배, 월급은 찔끔. 계산기 두드려본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적당히 오래 사는 게 낫다고. 이런 직원에게 "최 과장!"을 시전하면 어떻게 되는가.


나 : (복도에서, 중저음으로 자신 있게) 최 과장.
최 대리 : (표정이 굳으며) ...네?

나 : 이번 신규 고객사 건, 최 과장이 맡아서 끌고 가봐요.
최 대리 : (속으로: 과장... 책임... 야근... 고객사... 아 이거 다 나한테 넘기려는 거잖아)

나 : 믿어요.
최 대리 : (1초 침묵 후, 차분하게) 부장님, 저 아직 대리입니다.

나 : 알아요. 그래서 미리 불러본 거예요.
최 대리 : (더 차분하게) ...저 과장 안 달아도 됩니다. 지금이 좋아요.

나 : (??)


행복 회로가 돌아야 하는데, 경보 회로가 돌아버렸다. 직급 = 책임 = 야근이라는 공식이 박혀 있는 직원에게는 이 버튼이 역방향으로 작동한다. 자신의 조직이 어떤 분위기인지 메타 인식은 있어야 한다.



[변형 팁]

같은 원리를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변형 버전들이다.


변형 1 : 직급 대신 '상위 직책' 붙이기 "최 팀장, 이번 건 부탁해요." (최 대리에게 팀장 역할을 공식처럼 붙여주는 효과. 실수 호명이 아닌 ‘모종의 의도성’을 더욱 내비치고 싶을 때 사용 가능)

변형 2 : 공개 석상에서 호명하기 "최 팀장, 회의 때 한 말씀 해주세요." (과장인 박 과장에게. 공개 석상에서 발언 권한을 부여하며 팀장 이미지를 심어주는 고급 시전.)

변형 3 : 이름 + 역할 높이기 "최 대리는 이번 건 PM역할이에요." (직급을 높이는 대신 역할을 높여주는 버전. 좀 더 현실적이고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그 역할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함께 이식된다. 단, 이 경우는 오히려 ‘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할 싸움으로 분란이 조장되기도 한다.)


세 가지 변형 모두 핵심 원리는 같다. '지금의 너보다 한 단계 높은 사람으로 대우한다.' 그 인식이 상대의 자기 기대치를 올리고, 그 기대치가 행동을 바꾼다.



[주의사항]


첫째, 직급 차이는 반드시 한 칸만.

대리 → 과장. 과장 → 팀장. 두 칸 이상은 비현적으로 읽힌다. '가능성이 있겠는데...' 라고 읽혀야 효과가 있다. 신입 사원에게 쓰는 것도 금물이다. 맥락도 없이 "김 대리, 김 주임!"이라고 부르면 그냥 이름 잘못 외운 상사가 된다.


둘째, 상대가 정정해도 무시해라.

"저 대리인데요..."라고 정정이 들어온다. 그럼 어떻게 하나. 그냥 무시한다. 당황하거나 머뭇거리면서 부르면 실수가 된다. 오직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야 한다. 혹은 짧게 "그래요? (웃으며)" 하고 흘려버린다. 정정을 실수로 받아들이는 순간, 효과는 반감된다.


셋째, 남발하지 마라.

이 구문은 '특별한 호명'으로 작동한다. 하루에 열 번 쓰면 그냥 이름 잘못 외운 사람이 된다. 중요한 순간, 특별한 미션을 앞두고, 혹은 공개 석상에서 칭찬할 때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이번 구문은 뻔뻔함이 요구되는 고난도 구문이다. 사실 본인도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를 외쳤으나, 밑도 끝도 없는 뻔뻔함이 요구되기에 아직 사용은 못 해보았다. 마치 장무기가 구양진경을 깨쳤으나, 힘을 제어하지 못해 쓸 생각을 주저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사료되는 바이다.


"최 과장!" — 실제 직급보다 한 칸 높여 부르는 것. 써 볼 텐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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