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나 연말은 바쁘겠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는 연말에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이용자와 함께 한 해의 활동을 평가하며, 봉사자 그리고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정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때문에 주 3회 목표한 달리기는 올해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실패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거기다가 주 3회 글쓰기 목표도 와장창 깨져버려 좌절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달리기를 통해 내 삶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에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던 요즘이었기에, 바쁜 상황에 대한 속상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달리러 나가지 못했던 아니, 않았던 나에게 실망했던 것 같다.
그러다 큰 행사를 두 개 마치고 난 후 맞이한 주말 일요일, 거의 2주 만에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루틴에 실패했던 것 같아 달릴 의지가 조금 꺾여 버린 마음에 달리러 나가야 하는데 생각만 하며 소파에 누워있던 내게 남편이 “오늘은 달리러 나갈 거야?”라고 묻는 순간 뭔가 머쓱해져 “그래, 오늘은 나가야지” 하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너무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서 조금 숨이 차긴 했지만 기분 좋게 3.3km를 달렸다. 달리고 난 뒤 느껴지는 기분 좋은 만족감을 누리며 내가 달리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루틴을 만드려고 달리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리기 위해 나 스스로 루틴을 만든 건데, 그 루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니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쁜 시기가 있고, 갑작스러운 개인적인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목표한 만큼 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로 지속하기 위해 달리는 횟수나 거리, 페이스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루틴이 깨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아… 이번 주는 주 3회 달리기에 실패했어.”라고 생각하며 우울해하는 대신, 툴툴 털어내며
“바빴는데 그럴 수 있지. 오늘부터 다시 하면 되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 말이다.
연말이라 바쁜 요즘, 실수한 일들만 떠오르고 앞으로 있을 일들이 걱정되어 또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내일도 웃으며 일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도 세 번은 달리려고 한다.
달리기든, 일이든 뭐든
실패해도, 잘 못해도 어때.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