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까지 너무 바빴고, 남편 역시 요즘 너무 바빠 정시 퇴근을 못하는 날이 많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는 거의 쉬지도 뛰지도 못했다. 그러다 오늘 몇 달 만에 아들 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차를 썼고, 연차를 알뜰살뜰 쓰기 위해 투두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모처럼 아들과 늦장을 부리며 여유롭게 집을 나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인근에 있는 도서관에 들러 책을 한 권 읽었다.
그전까지는 너무나 편안했는데 책을 다 읽고 잠시 앉아 있는 동안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들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쓸데없는 생각에 좀처럼 휴식이 방해받고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흔들어 불안한 생각을 털어내며 “어떤 것도 나와 내 마음을 무너뜨릴 수 없다”라고 되뇌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숙원 사업이었던 파마를 했다.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잘 전달이 되지 않았는지 젊어 보이기도,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하는 복슬한 머리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네 생각했다.
미용실을 나와 내년에 아들이 가게 될 유치원 입학 설명회에 참석했다. 5살이라 작년에 유치원에 갔어야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직장 인근에 어린이집을 보냈었다. 어린이집과는 다른 학교 같은 분위기에 아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잠시 했지만, 아들은 늘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용감하고 씩씩하게 다 잘해 오고 있기에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나와 인근 시장에 가서 서울 출장을 간 남편이 먹고 싶다던 매운 족발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남은 투두리스트는 달리기와 글쓰기. 집에 들어와 소파에 누워 늘어질 찰나, 그동안은 바빠서 못 뛴다는 당위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못 뛸 핑계가 없기 때문에 좀 쉬고 싶지만 뛰어야지!라는 생각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 5일 만에 3km를 뛰었다. 몇 달째 뛰고 있고 체력도 좀 좋아진 것 같은데 길지도 않은 3km는 늘 힘들다. 그리고 날씨가 추우니 몸이 데워질 때까지 너무 춥고 귀 끝은 시리고 목이 따갑다. 그래도 달리고 난 뒤 성취감은 너무 짜릿하다. 그렇기에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어떨 때보다 기분 좋게 잠들게 되는 것 같다.
달리고 난 뒤 소중한 연차를 야무지게 쓴 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으로 마지막 투두리스트 글쓰기까지 클리어했다. 이제 사랑하는 아들을 데리고 와서 많이 웃게 해 줘야지.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돌아올 남편을 위해 족발과 소주 한 잔을 짠! 하고 준비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