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일을 하며 살아왔다
누군가 “어떻게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어요?”라고 물으면 이야기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인 만큼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후배, 동료 혹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게 된 저마다의 의미 있는 계기 또는 사건, 경험들이 있는 것 같았다. 사회복지기관에서의 인상 깊었던 자원봉사의 경험, 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다짐 등등이었다.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전공선택의 계기가 없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에 관련한 질문에 거짓말을 쓴 적도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뭐가 되고 싶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전공을 선택하는 시점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즈음 엄마는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으니, 사회복지를 전공하면 취업할 곳이 많지 않을까?’라는 말에 ‘뭐 나쁘지는 않겠다’라고 생각에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었다. 많은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많았지만, 끈기가 없었다. 이런저런 미래에 관한 생각과 고민이 많았지만, 겁이 많고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었기에 휴학이나 다른 길을 생각하지 못하고 4년의 학과 생활과 실습 과정을 거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확신이 없는 상태로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당연히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니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고, 할 줄 아는 것도 다른 걸 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졸업하고 이런저런 복지기관을 전전하며 사회복지사로서의 경력을 이어 나갔고 그사이에 일하던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어렸을 때는 ‘좋은 일 하면서 돈도 버니깐 좋겠네요’라는 말이 삐딱하게 들렸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감 또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그냥 돈벌이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것이 2009년, 2025년이 된 지금까지 퇴사와 이직의 과정의 약 3개월을 제외하면 한해도 쉬지 않고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사람답게, 이웃들과 어울리며 살 수 있도록 거들어 드렸다. 복잡한 문제로 경제, 정서, 건강 등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여 좀 더 살만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관리’라는 일을 오랜 시간 했다. 그분들의 전체적인 삶을 생각하면 아주 작은 영향이지만 내가 하는 만큼 그리고 그분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하는 일의 무게와 책임감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분들을 대하는 나의 진심이 그분들을 달라지게 하는 마음의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일을 한 번 더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후에 하는 업무과 기관은 몇 년 사이 몇 번은 달라졌다. 일의 종류에 있어서는 마을을 조직화하는 일, 아이들의 꿈 또는 놀 권리를 지원하는 일, 어르신들의 우울을 경감시켜드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후원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 등 다양했고, 대상에 있어서도 아동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사람’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을 대상으로 하여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바탕인 정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과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너 네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너무 거창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내 일을 존중하고 나의 일에 대해 가치를 가지는 만큼 일을 함에 있어 태도와 마음가짐의 무게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분명한 사명감과 가치를 가지는 만큼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할 것이고 이는 내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미래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일을 하기 싫을 때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대충하고 싶을 때도 많다. 솔직히 열심히 하고 싶을 때보다 그러지 않고 싶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사람 때문에 힘을 얻지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더 많고 나아가 인류애를 상실할 만큼에 충격을 받을 일도 수없이 많았다. 지금도 이 일 외에는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사회복지 일을 해야 할까 생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일이 좋다. 1,000번이 힘들어도 이용자분이 나에게 건네주는 따뜻한 한마디에 다시 100%로 충전되는 나를 볼 때는 이 일이 내 천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대의 나는 꿈이 없어서, 뭘 할지 몰라서, 엄마의 한마디에 사회복지전공을 선택하고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했다. 생각 없이 그냥 하루하루 일해왔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멈춰 돌아보니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20대의 나와 비교해보면 조금 쑥스럽지만 나는 일에 대한 가치와 사명감이 있는 직업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복지라는 이 일이 나에게만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일이 참 좋다. 늘 출근하기는 싫고 매시간 퇴근과 주말을 기다리지만, 어김없이 월요일은 돌아온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이용자분들을 만나러 복지관에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