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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Apr 22. 2023

앨범 구매를 후회합니다

늦게 알게 돼서 부끄럽습니다. Netflix <나는 신이다>  그 후. 


©pixabay


길을 걷다 레코드 가게를 발견했다. 작년 여름의 일이다. 뉴진스의 음악에 한창 빠져있던 때라, 안그래도 앨범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파란 토끼들을 보고 매장 안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장으로 모자라 두 장을 샀다. 나는 이 날의 구매를 후회한다.


신나라 레코드 매장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날로 돌아가 그날의 결제를 취소하고 싶다. 내 돈 사만이천이백원이 아가동산 교주의 배를 불리는데 조금이라도 쓰였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모르고 그랬다는 사실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번화가에 버젓이 위치한 그 곳에서 아무 의심 없이 앨범을 구매하는 나 같은 소비자가 없길 바랄 뿐이다. 올해 봄에 공개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통해, 늦게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pixabay


불매 운동을 대할 때는 항상 그 이면도 생각하게 된다. 불매 대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오너의 범죄와 연관되어 있진 않을 거라는 것. 그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고 생계를 위해 일할 거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몇몇 기업들이 있다. 특히 신나라 레코드의 경우, 음악과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비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1982년 설립된 이후로 지금까지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한 이후로 십 년 간 흑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연간 500억원대, 600억원대, 7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온신오핫 (온라인은 신나라, 오프라인은 핫트랙스)’의 인기를 입증했다. 2022년 매출은 900억원대이다.


©pixabay


언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현 시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라고는 음반 판매 공지 시 소속사의 ‘신나라 레코드 판매 링크 비공개’와 ‘소비자의 불매’뿐이라고. 기획사와 음반사, 그리고 유통사(신나라 레코드) 간의 오랜 시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있고 이제 와서 돌이키긴 힘든 현실이라고 말이다. 판매 링크 비공개마저도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을 필두로 최근 들어서야 시행되었으며, 국내 소비자의 불매 또한 케이팝의 인기와 더불어 해외팬들의 음반 구매가 많아 과연 타격이나 있을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가동산의 자금줄을 확실하게 근절할 방법이 도저히 없어보인다.


©pixabay


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신나라 레코드에서 기획한) 팬사인회가 열리는데 음반 구매를 아무도 안해서 취소되는 일이 과연 생길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만약 열린다면, 누군가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어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또, ‘미공포’라고 해서, ‘미공개 포토카드’와 같은 스페셜 굿즈로 도저히 해당 레코드샵에서 음반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덕심(덕후의 마음)과 덕(virtue) 사이에서 어떤 게 우선할 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소속사 또한 마찬가지다. 음반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해당 유통사에서 제안하는 팬사인회 행사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음반생태계 정화에 동참하기 위해 거절할지는 소속사의 몫이다. 단지, 해당 유통사 말고도 함께 일할 업체는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왜 하필 레코드 산업이었을까. 음악팬으로서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음악평론가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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