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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Apr 17. 2023

K팝과 팝의 경계를 허물다 : 블랙핑크 2023 코첼라

블랙핑크의 '2023 코첼라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공연'이 갖는 의미



2023 코첼라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블랙핑크(BLACKPINK) @COACHELLA


80여분간 진행된 블랙핑크의 코첼라 무대를 보며 생각했다. 우린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느냐고. 블랙핑크가 데뷔한 2016년 이래로 ‘K팝’이라고 칭하며 친근하게 즐겨왔던 대중가요들 - <휘파람 (2016)>, <붐바야 (2016)>, <How You Like That (2020)> 등 –이 세계적인 시장에서 탑으로 불리는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느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대중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즐기고 있었던 것들이 어쩌면 이 시대 문화의 정점에 있는 것들이었으며, 그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혜를 누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첼라 페스티벌이 뭐길래 유난이냐고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데 있어 단순히 음원 스트리밍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행위가 있다면, 고가의 돈을 지불하고 콘서트장에 가거나 페스티벌에 가는 행위도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콜로라도 사막에 위치한 코첼라 밸리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가는 수고를 하는 사람은 진정한 음악팬이 아닐까? 또한 리스너들로 하여금 그런 음악팬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위치적으로 접근성도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첼라를 찾은 전 세계 음악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당 페스티벌은 주로 가장 대중적인 가수들을 섭외한다. 코첼라는 1999년 1회를 기점으로 올해 22년째 개최되고 있으며, 2007년 8회부터 3일간 진행이 정례화 되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섭외되는 와중에 이번 블랙핑크의 80분이 의미 있는 이유는 ‘헤드라이너’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2023 코첼라 페스티벌 둘째날 헤드라이너로 굵직하게 표기된 블랙핑크(BLACKPINK) @COACHELLA


헤드라이너는 매해 단 세 팀이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헤드라이너’라고 일컬어지는 뮤지션이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는데, 이는 곧 관객들이 끝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된다. 그 해 페스티벌의 얼굴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코첼라 뿐만 아니라 음악 페스티벌이라면 공통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2017년 18회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라디오헤드, 레이디 가가, 켄드릭 라마’였다. 2018년은 ‘더 위켄드, 비욘세, 에미넴’, 2019년은 ‘차일디시 감비노, 테임 임팔라, 아리아나 그란데 & 니키 미나즈’. 코로나로 취소된 2020, 2021년을 지나 2022년에는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그리고 칸예 웨스트의 불참으로 위켄드 &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로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2023년에 이르러 ‘배드 버니 (Bad Bunny), 블랙핑크, 프랭크 오션’이 선정됐다.


역대  헤드라이너. 라디오헤드, 레이디 가가, 켄드릭 라마 / 더 위켄드, 비욘세, 에미넴 / 차일디시 감비노, 테임 임팔라, 아리아나 그란데 /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등


위의 흐름으로 봤을 때 블랙핑크가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북미시장에서 어떤 위치까지 올라갔는지 알 수 있다. ‘K’라는 꼬리표를 떼고도, 팝 시장에서 현 시점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팝 그룹으로 선정된 셈이다. 아시아 최초, 걸그룹 최초, K팝 최초 등 이번 코첼라 헤드라이너 선정을 두고 ‘최초’ 수식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첼라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음악팬들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감이 있어, 언론에서도 ‘그러니까 (블랙핑크의 코첼라 헤드라이너 진출이) 대단한 거죠?’라는 질문으로 얘기되는 분위기다. 마치 방탄소년단 때처럼, 이들이 밟는 루트가 매번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의미를 충분히 나누는 방법 외에는 없어보인다. 빠른 속도로 문화강국이 되어가는 추세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의미의 인지부조화다. 세계적인 팝 그룹으로 부상한 블랙핑크의 코첼라 공연 셋 리스트와 무대 스틸샷을 공유한다.


<블랙핑크 2023 코첼라 공연 셋 리스트>   

1. 핑크 베놈 (Pink Venom) (2022)
2. 킬 디스 러브 (Kill This Love) (2019)
3. 하우 유 라이크 댓 (How You Like That) (2020)
4. 프리티 세비지 (Pretty Savage) (2020)
5. 킥 잇 (Kick It) (2019)
6. 휘파람 (Whistle) (2016)
7. 유 앤 미 (You&Me, 미발표곡) (2023) : 제니 Solo
8. 꽃 (Flower) (2023) : 지수 Solo
9. 곤 (Gone) – 온 더 그라운드 (On the Ground) : 로제 Solo
10. 머니 (Money) (2021) : 리사 Solo
11. 붐바야 (Boombayah) (2016)
12. 러브 시크 걸즈 (Lovesick Girls) (2020)
13. 불장난 (Playing with fire) (2016)
14. 타이파 걸 (Typa Girl) (2022)
15. 셧 다운 (Shut Down) (2022)
16. 톨리 (Tally) (2022)
17. 뚜두뚜두 (DDU-DU-DDU-DU) (2018)
18. 포레버 영 (Forever Young) (2018)


해당 공연은 코첼라 유튜브 계정을 통해 스트리밍 되었으며, 2억 5천만명이 시청하여 코첼라 역대 최다 스트리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핑크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운 코첼라 2023 이튿날 공연은 관객 12만명을 동원했다.


블랙핑크의 등장. @COACHELLA
핑크 베놈 댄서들. 관객. @COACHELLA
BLACK PINK. 공연 서막. @COACHELLA

제니 솔로. @COACHELLA
지수 솔로. @COACHELLA
로제 솔로. @COACHELLA
로제 솔로. @COACHELLA
리사 솔로. @COACHELLA

공연 중간에 비친 관객석의 태극기. @COACHELLA
태극기. 관객석 깃발. @COACHELLA
블랙핑크. @COACHELLA

이번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단편적으로 연출했다. 대표적으로 부채춤을 활용한 안무가 그렇다. 멤버들이 추는 것은 아니고, 댄서들이 추는데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구성되었다. <타이파 걸 (Typa Girl)> 순서에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채춤하면 학예회라는 인상이 있지만, 엄연히 현대 한국무용이다. 부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다소 뻔하고 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국적인 댄서들과 그 뒤 배경에 비춰진 석고상, 그리고 한옥 지붕을 닮은 기하학적 무늬가 네온 컬러로 연출되어 새롭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주었다.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블랙핑크 부채춤. @COACHELLA

또한 전반적으로 무대 배경이 되는 LED에 한옥이 연상되는 무늬 혹은 문양이 이미지화되어 비춰졌다. 지수의 솔로 무대 <꽃 (Flower)>에서는 한옥 무늬가 전면에 비춰지는 모양이었는데, 노래의 느낌과 잘 어우러져 돋보이는 무대가 되었다.


한옥 배경. @COACHELLA
한옥 배경. @COACHELLA
한옥 배경. @COACHELLA
한옥 배경. @COACHELLA
한옥 배경. @COACHELLA

블랙핑크의 기존 컬러를 유지하되 시각적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한국적 요소를 넣은 대중적인 무대였다.


블랙핑크.  @COACHELLA
로제. @COACHELLA
관객석. @COACHELLA
엔딩. 블랙핑크.  @COACHELLA

결국 블랙핑크는 K팝과 팝의 경계를 허물었다. 여유있는 무대 매너와 흔들림 없는 춤과 노래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디테일로 무대 완성도를 높이며 동시에 인기를 입증했다. 2023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서 팝 가수로서의 위상을 증명한 셈이다. K팝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국한된 음악이 아니며, K팝 뮤지션 또한 마찬가지가 됐다. 장르와 뮤지션의 구분에서 국경이 사라지는 순간. K라는 라벨이 녹아 세계에 스며드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음악평론가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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