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신곡 <Love Wins All> (2024)에 부쳐
나이브(naive)하다는 건 뭘까? 긍정적으로는 ‘순진하다’, 부정적으로는 ‘상식이 결여됐다’는 의미다.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는 ‘나이브하다’는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로 올랐다. 퀴어 슬로건인 ‘Love Wins’를 전유했다는 논란과 뮤직비디오 내 장애 표현 방식 때문이다. ‘가난한 상상력’이라는 가사와 ‘대 혐오의 시대’라는 곡 소개 글 문구도 논란이다. 신중하지 못했다. ‘Love Wins’에 ‘All’을 붙여 제목을 변경하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문제는 ‘퀴어, 장애, 가난’을 도구화한 방식이다. ‘Love Wins’는 2015년 미국 동성결혼 합법화와 2016년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사용되기 시작한 슬로건이다. 생명권을 건 투쟁의 역사가 담긴 슬로건을 사용할 때는 신중했어야 한다.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신곡의 메시지와 가장 반대되는 말은 혐오’라는 입장문이 무색하게 뮤직비디오에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왜곡하여 바라본 장면이 담겨 있었다. 장애를 가진 커플의 ‘가난한 상상력’이 보이는 캠코더 속 화면에서는, 그들이 비장애인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상성의 환상을 가진 존재로 장애인을 표현했다. 이것이야말로 ‘가난한 상상력’이 빚은 참극이다.
‘대 혐오의 시대’로 시작되는 자필 앨범 소개 글 또한 아쉽다. 혐오에 맞서는 이들을 또 한 번 무력하게 만들었다. 대 혐오의 시대라고 발언하면 매스컴을 통해 대 혐오의 시대가 되어버리는 자기 영향력을 인지해야한다. 게다가 아이유는 <Love Wins All>이 팬 송이라고 밝혔는데, 미움에 맞서 사랑이 이긴다는 메시지가 결국 아이유에게 이번 신곡 관련해 비판을 가하는 이들의 미움과 그런 아이유를 지켜주는 팬들의 사랑으로 축소됐다. 혐오의 반대편에서 인류애적인 사랑을 노래할 것으로 기대했던 홍보와는 또 다른 행보다. 인류애를 노래할 만한 규모의 발라드에 소수자성을 띤 요소를 당사자 배려 없이 차용해놓고 팬 송으로 무마하는 모양새다. 아티스트로서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이다.
노래 제목이 <Love is All>이었다면 어땠을까? 뮤직비디오에 장애 요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팬 송이면서 타이틀이라는 압박감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면? 주변에 의견을 구해 반영했다면? 여러 가정을 하며 상상을 해볼 정도로 아이유의 가창과 서동환 작곡의 조화가 훌륭하다는 것이 함정이다.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1,500만 뷰를 돌파했다. 나이브할 수 있는 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기득권이어서다. 아이유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 각자의 나이브함을 돌아볼 때다. <끝>
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