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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Dec 04. 2019

돌아보기의 힘 1

동인천탐험단'신흥동', 재생 건축가와 함께 돌아보는 동인천

동인천탐험단'신흥동' 돌아보기


 '돌아보다.' 라는 말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고개를 돌려보다.', '돌아다니면서 두루 살피다.' 그리고 '지난 일을 다시 생각하여 보다.' 이 세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진 '돌아보기'라는 단어가 동인천탐험단을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인천탐험단은 지난 2년 동안 동인천의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매력을 함께 읽고 도시 인천이 직면한 다양한 이슈를 현장에서 시민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페이스북 건축재생공방 페이지 '동인천탐험단' 소개 중]


 동인천탐험단은 동인천에서 활동하는 이의중 건축가님과 건축재생공방, 여러 작가님들이 함께하는 도시탐방 프로젝트다. 이 분들은 현재 동인천, 신흥동 일대의 건축물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계시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동인천탐험단도 그 활동의 일환이다. 올 11월에는 총 3회가 진행되어, 각각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건축가님, 도미이 마사노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님,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 교육부장님 세 분과 함께 신흥동 지역을 탐방했다. 그 중 내가 참여한 1-2회 차의 경험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1회차_재생 건축가와 함께 돌아보기


  이의중 건축가님은 동인천에서 '아카이브 카페 빙고', '인천여관X루비살롱' 등의 건축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 각각의 프로젝트 모두 구도심인 동인천에서 잊혀져 가는 건물들이었으나, 그의 재생 프로젝트를 거치며 새롭게 그 가치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건축학도인 나 또한 건축물 재생 사례로써 빙고를 알게 됐고, 우연한 계기로 인천여관까지 실제로 방문하게 되었다. 그 둘이 모두 한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에 놀라, 어떤 분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또, 20년 이상 인천에 살아온 나조차도 잘 모르는 동인천을 사람들이 어떤 시선과 생각으로 바라볼지 궁금했다. 이런 이유로 동인천탐험단에 참여하게 됐다.


 떨리는 마음으로 11월 2일 율목도서관으로 향했다. 율목도서관은 인천 중구의 언덕 위에 위치한 곳으로, 도서관 앞마당에서 인천 내항의 바다를 볼 수 있다. 도서관 마당부터 내항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 지역이 바로 '신흥동'이다. '신흥동'이라는 이름은 해방 이후 1946년 새롭게 발전하고 부흥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의중 건축가님은 그런 신흥동의 위치와 역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율목도서관 마당에서 내려다 본 신흥동 일대, 멀리 인천 내항의 크레인들이 보인다.

 율목도서관 일대의 부지(약 3000평)는 과거 인천 개항 후 해관(세관)의 통역관으로 와있던 중국인 부호 우리탕의 과수원 부지였다. 후에 일본인 사업가 리키타케에게 인수되어 정미소 사업을 위해 쌀창고들이 다수 지어졌고, 당시에는 정미업으로 일대가 부흥했다. 현재에는 많은 쌀창고들을 허물고 해당 부지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어, 몇몇 개의 쌀창고들만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율목도서관 부지는 리키타케의 집과 별채가 남아있던 곳으로, 별채 건물은 현재까지도 그 자리에 남아 어린이 도서관이 되었다. 어린이도서관 옆의 마당에서는 일본식 정원의 바위나 석조 기둥 등을 볼 수 있다. 리모델링되어 건물의 외관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기둥들이 배치된 모습에서 일본식 건축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나무 외장 안에는 과거에 만들어진 기둥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리모델링 된 별채 건물과 일본식 정원의 흔적이 보이는 앞 마당

  율목도서관 언덕에서 걸어 내려오다 보면 철거가 되다 만 집들이 있다. 반은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어 몇 개월전 철거되었고, 또 나머지 반은 '도시재생뉴딜' 지역으로 선정되어 현재 철거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일대의 집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져 일본식 주택 양식을 띤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세대 주택' 형태로, 두 가구를 위한 한 채의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흔히들 말하는 '땅콩주택' 형태와 유사하다. 이 집들이 지어진 시기는 1930-40년대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것을 '상량문'이라 하는데, 대체로 집의 다락, 즉 지붕 아래 있는 기둥에 붙어 있는 이 상량문을 집마다 직접 확인하여 건축연도를 확인하셨다고 한다. 건축을 4년 전공했음에도 '상량문'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전봇대 마저도 짠듯이 쌍둥이집의 정 가운데에 서 있다.전봇대를 기준으로 양쪽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지어진 한 집이다.

 상량문 외에도, 돌출형 창을 뜻하는 대마도, 건축물 구조체의 드러남에 따라 갈리는 오카베와 신카베 양식 등 일본 건축의 여러 양식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건축학부생으로서 가장 아쉽게 느꼈던 것이 동양 건축에서 일본과 한국, 중국의 건축양식을 학교에서 디테일하게 분류하며 배울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참 소중한 배움이었다. 주택단지들을 지나 언덕을 모두 내려가면,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새로 지어진 빌라들이 자리해 있다. 송도중학교 인근에는 아직 쌀창고로 쓰였던 건물들이 남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담쟁이 덩굴로 온통 뒤덮인 창고의 녹슨 철문은 이제 열리지 않는다. 다만 창고로써의 그 기능만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다.

 송도중학교 인근과 인천여상으로 통하는 길에는 지금은 사라진 일본 신사로 이어지는 돌담과 계단의 흔적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 흔히들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쳤던 그 돌담 사이에도 수십년 전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다. 돌아보기의 가치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과거 일본 기업이 노동자 사택으로 지었던 건물이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집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며 1회 차 탐험을 마쳤다. 탐험이 끝나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의중 건축가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하나의 랜드마크가 태양처럼 빛나는 도시보다는 잔잔한 빛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는 도시', '세월의 레이어들, 시간의 층이 쌓인 다양성이 살아있는 도시 '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긴 여운을 남긴 이 말을 끝으로 동인천탐험단 '신흥동' 1회 차 탐험기를 이만 줄이려 한다.


photo by. 진진


*글에 표현된 대부분의 지식은 이의중 건축가님의 설명을 바탕으로, 제가 적은 메모를 통해 재구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처음으로 브런치에 남긴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탐험에 대한 제 본격적인 소감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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