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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Oct 15. 2021

넌 날 어디로 데려가려나

정말 너는 언제까지라도 내 옆에 있어 줄 수 있을까


21년 하반기의 알 수 없고 처절하고 행복한 일들.




누구보다 열심히 손톱을 가꾸고 화려하게 꾸몄다.

비에 젖어 축축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발톱이 빠져버렸으나 아프지 않았다.

카페에서 손으로 짚어가며 읽던 책은 더 이상 들여다보지도 않고 문만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했다.

평생 제대로 신경 쓰고 살지 않던 눈썹 모양을 거울로 제대로 들여다보던 시간.

액자 안에 처음으로 내 독사진을 넣고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 빤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작은 조개껍데기를 편지 봉투 속에 넣으며 그도 나를 좋아하길 빌었다.

바쁜 나머지 여동생의 생일을 처음 헷갈려 당혹스러웠던 시간.

무릎에 유리 조각이 박힌 채 어이가 없는 얼굴로 웃었던 기억.

책상 위의 식물이 어느새 한 뼘 이상 자랐다.

질투의 본질은 귀여울 뿐이라는 것과

누군가를 좋아한 나머지 듣지 않던 장르의 음악 목록을 기웃거리기도 했던 순간이 있었다.

자만하며 써 내려간 글을 다음 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고,

행복한 순간에는 친구에게 약속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일이 이렇게 미치도록 힘겨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손에 힘이 없다면 글씨가 제대로 써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꽃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며

사랑은 기적임을 알게 되고, 인생의 모든 방향을 커다랗게 관통하는 주제임을 느끼는 하루하루.


사랑을 하는 나,

사랑을 받는 나.


그리고 당신은 또 어디로 나를 데려갈까. 정말 너는 언제까지라도 내 옆에 있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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