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곁에
어찌나 어린지 모른다. 내 마음, 내 생각, 또 그 생각을 갈무리하는 과정 또한. 첫 만남부터 그랬다.
나는 당신과의 대화에서 어디선가 읽은 글은 그토록 많이 인용했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 고해성사가 가능할 법하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이상하게 솔직했고, 지나치게 묘했다.
정작 내 마음과 취향은 좋은 것만 골라내어 말하기 바빴던 나.
책을 펴면 나타나는 첫 장의 서평처럼 이어지던 그 날의 대화.
떨리는 마음은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 속에 구겨 넣었다. 아니, 사실은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
처음 당신과 만났을 때 나도 말하지 못한 것이 있고, 이제는 그게 당신을 만나면서 내가 한편으로는 내가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이유라고.
실은... 당신 갈색 눈은 너무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켜.
가끔 묻고 싶다.
당신 얼굴을 바라보면서 내가 늦은 밤에 읊조리는 내 고백들은 어찌 가 닿는지.
그러나 '이토록 깊어질 줄 몰랐어' 하는 당신의 솔직한 마음에 나 또한 안심하고 있다고.
당신과 바닷가를 걸을 때 생각했건만, 발자국이 나란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불과 몇 달 전 까지는 카페에서 봤던 오래된 포스터 속에서 사랑을 찾았는데,
지금은 언제든 품을 내어주는 당신 덕인지, 혹은 당신 때문인지 너무 많은 허물을 보이고 만다고.
당신은 내가 실수한 것들이 없다고 하지만,
나 스스로 하는 이러한 고백도 성찰도 없다면 나중엔 아마 더 부끄러울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거창한 약속은 못 해도, 중심은 잡으려 노력하겠다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못 해도, 사랑 앞에 숨지는 않겠다고.
깊은 생채기를 내고, 마음을 우울 속에 수장시키는 일은 없게 만들 거라고.
어떤 것도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겠다고.
감히 눈을 보고 말할 수 없어서, 어제는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되뇌던 말들.
당신이 듣지 못한 게 다행인지.
위의 모든 말을 사랑한다는 말로 덮어 버린다.
그리고 또 부끄러운 마음에 매사 용기 넘치는 척을 할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