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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Mar 19. 2022

내가 믿는 삶

미룬다는 것, 챙긴다는 것, 믿는다는 것.


0. 미루기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 어찌 되었든 무조건 미루기. 그게 평생이 된다 해도.

두 번째, 해낼 수 없다고 믿으며 시작도 없이 외면해 버리기.


덧붙여, 요즘은 결이 조금 다른 추가 항목이 생겼다.

첫 번째, 미뤄 두었던 일 앞으로 걸어가 먼지 털어내기.

두 번째, 결국 이번에도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욕지거리 하기.

세 번 째는... 결국은 이 길 뿐이라며 결과물 끄집어내기.




1. 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지, 바람이 불고나야 꽃이 피는지 알 수 없는 계절이 왔다.

내가 봄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불변이지만 여전히 낯설 때가 있는데 날씨 때문이 아닐지.

말이 좋아 꽃샘 추위지 봄에 눈이 오면 사람들은 봄을 겨울의 잔재라고 여길뿐이다.

내가 태어난 94년도의 여름은 너무 더워 어머니를 퍽 고생시켰는데.

태어난 일은 가장 큰 사건.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일. 모두에게나.

갑자기 유치원 정문에서 뛰어나오다가 넘어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근데 지금 그 나이대 애들이 내 손 위에 떨어지고, 내가 그 조그마한 것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곡할 노릇.

차나 마셔야지.




2. 의심


신이 언제나 적재적소에 사람을 밀어 넣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취향을 미리 알았다면 신이 이렇게 나를 배신할 리가 없어.

이렇게 놈팡이처럼 사는 게 사실 좋긴 하지만...




3. 연인


나와 다른 면이 있어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어느 면으로는 또 아닌 것 같고.

가끔은 나보다 더 귀여운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본인은 섬세하지 않다고 하지만 만지는 손길이 이미 말해주고 있고.

펑펑 울까 봐 용기가 없어서 보지 못 했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도, 당신은 이미 다 보았다고 했는데.

날 위해서 한 번 더 함께 보자.

더 많은 것들을 함께 해야 함이 분명해서 다행이다.

기쁘게도.




4. 바깥 구경


운전 시작 한 지 몇 년이 지났지?

살면서 몇 군데를 돌아다녔을까.

지금까지 지나쳐 간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지?

이번 주말에는 바깥 구경을 할까.




5. 걱정


모든 과정 속에 걱정이 따라붙고 있다. 이러다가 미루게 되겠지.

하지만 이 5번 카테고리에서 다시 0번으로 돌아가 보면 알 수 있다.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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