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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May 08. 2022

욕심_1,2

형체도 없이

1.


당신이 나를 다시 꿈꾸게 한 순간부터 욕심이 많아진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지 고민하게 만든 그 순간부터.

내 작은 불안을 홀로 부러뜨리고 다시 묻어둘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아니다.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써 볼까?

신혼집에는 선인장을 두는 게 아니라는 미신부터 시작해서 나는 우리 집의 새 가구들은 어떤 것이 될까 고민하고, 아침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당신을 만나는 저녁을 기다려.


이렇게 여전히 이어지지 못 한 내 공책 속 글감들이, 미처 모두 적어 내리지 못한 당신과의 여행지 목록들이, 쓰다 만 편지들이, 들려줘야 하는 수많은 노래들이, 그러니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해서 앞으로 내가 멈추지 않고 해야 하는 방 청소처럼.


평소처럼 공간을 장르 불문의 음악들로 채우고, 창을 열고, 볕을 맞이하면서 먼지를 털면서 살면,

그러면 빈칸도 예술이 될 거야. 그러면 어떨까.

어깨가 아픈 줄도 모르고 내가 잠드는 모든 순간에 당연히 팔베개를 해주는 당신처럼.

 

언제나 기꺼이, 기쁘게 당신 곁에 있고 싶다고.







2.


줄글을 쓸 때 문장 부호를 그만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죽는 것처럼 조금은 초연하게 살아야겠지.

이미 깨진 유리병 속에서도 타닥거리며 잘만 타오르는 양초처럼.

식어버린 커피에는 차라리 얼음과 우유를 털어 넣으며 깔깔대야지.


시간은 계속해서 가는데, 아직 피아노 음계도 모두 떠올리지 못하고, 기타도 배우지 못해 본 나지만 그래도.

내 걱정을 한 스푼씩 덜어주는 그대여. 복잡한 나를 단순하게 만들어주어 고마워.

나는 당신 한정 조금은 바보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데, 대신 쓰고 난 뒤에 칫솔 정리는 잘해 보려고 해.


같이 보는 드라마는 내가 더 빠져서 살고 있네. 결국 모든 고민에는 이유가 있고, 믿음에는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아가는 요즘이야. 장담하건대, 결혼하기 전에 방 한 구석을 편지로 모두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무서워.

왜 내 하루에는 당신이 이렇게 많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보다 내 인생이 더 좋아.


그러나, 보고 싶어.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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