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하고, 긴
바람이 분다. 그리고 색이 변해가는 식물들을 본다. 노랗고 붉다 못해 이리저리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신기할 따름. 색은 그렇다 치고, 이미 떨어진 낙엽들이 잘게 부서져 땅으로 녹아드는 광경만큼은 언제나...
부산 시립 미술관. 처음 이우환 선생님의 전시를 보고 느꼈던 감정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텅 빈 캔버스 앞에 큰 돌 하나가 놓여있는 그 장면. 제목이 '대화'였다. 일행을 옆에 두고도 한참이나 그 작품만 응시했던 까닭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
개기월식이 이루어진다는 오늘. 낮과 밤 모두 산책하면서 해와 달을 모두 바라보았다. 지금 보지 않으면 200년 후에나 볼 수 있다는 천왕성 엄폐도.
멀리 산다면 멀리 사는 친구들, 사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내가 사는 한국은 이러저러한 일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포털 사이트 댓글을 찾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너무 많은 것이 휙휙 바뀌고,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니까. 더불어 상처가 될 만한 말들을 어찌나 그리 쉽게 폭격하듯 내뱉는지... 그런 것은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
사물에게 거는 대화, 바람에게 거는 대화, 낯선 이들과 쌓아 나가는 지식의 향연.
나 혼자 하는 몸부림 같은 것들도. 대화는...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
바라건대, 다음 주부터는 다시 이러한 휴식의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를 바라면서. 흐린 달과도 대화.
육교를 지나다가 찍어 본 야경. 차들이 쌩쌩. 체감상 바람은 지난주보다 덜 차가운 느낌이다.
12월이 되면 이런 생각조차 사치겠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WjXocen2bd
본 링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연주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