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조 Jan 18. 2023

새해

일기






올해를 나타내는 숫자는 2가 두 개, 0이 하나, 가 좋아하는 3이 끝에 자리합니다.

방금은 오타를 내는 바람에 2203년이라고 쓸 뻔했는데,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그것도 형벌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보고...

2023년. 어찌 되든 해는 밝았습니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의 특성은, 마음먹었을 때의 그 기분을 유지하며

도중에 멈추지 않고 로그인까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과정을 지나, 저번 글에는 물감을 쏟아놓듯 감정을 후드득 떨어뜨리고 갔건만 오늘은 일상의 부분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1.  new job


해골과 신경, 근육의 명칭들이 가득한 책을 보는 시점을 지나, 새 직업을 가질 요건은 99%는 만들어 뒀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책을 잡고 덜덜 떨면서 지하철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이번 글은 그만큼이나 무계획이고 무식하게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몇몇 분은 은근히 그런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퇴근 후 운동. 아, 나는 내가 그러지 못할 줄 알았는데, 내심 속으로는 몸이 말을 따라주지 않아 쩔쩔매는 걸 즐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전혀 다른 그라운드의 일은 이토록 신비롭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 못 했던 버킷 리스트들을 하나 둘 도장 깨기 하듯이.... 사실은 스스로를 깨고 있는 데 더 의의가 있지요.

여전히 공부할 것들 투성이지만,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 나가는 듯 해 스스로도 위안을 삼고 있어요.

아날로그 인간인 나의 특징 : 휴대폰 캘린더를 불편해하고 달력을 좋아함...


오늘이 목요일이지? 아, 수요일이구나. 아닌가, 화요일인가?

위의 문장을 3주간 반복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되는 스스로의 상태 = 아날로그나 디지털 따질 게 아니라 정신이 없음.


근래의 일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시간을 제외, 8시간 노동(아르바이트라서 그럴 수 있음)
2. 퇴근 후 운동 or 공부 / 식사
 3. 취침


아르바이트는 몸을 쓰는 일은 전적으로 피하고 보고서 작성이나 연구직이어서 그런지 위의 항목이 가능했습니다. 해골과 신경, 근육의 명칭들이 가득한 책을 보는 시점을 지나, 새 직업을 가질 요건은 하나쯤 만들어 두는 게 이렇게나 뼈가 갈리는 일일 줄은...

퇴근 후 운동을 전혀 이뤄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내심 속으로는 몸이 말을 따라주지 않아 심적으로 쩔쩔매는 걸 즐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변태 같이.

여전히 공부할 것들 투성이지만 별 다른 말 없이도 굴러가는 하루가 신기하고, 친구들을 만나지 못 한 시간은 어언 석 달쯤 지났습니다. 원성이 자자하네요.






2. 결혼(준비)


이렇게나 사적인 이야기를 해 본다고? 하지만 마음먹었으니 실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어렵다'고만 칭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혼자 할 수 있겠지? 아니야, 그래도 도움은 필요해! 의 무한 반복적인 시스템에 엉겨 붙어 10월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퀘스트.

많은 후보군을 제치고 단 하나의 항목들을 앞세워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것'


근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먼저 앞서 길을 걸어보신 모든 (부모님 포함)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날이 시원하고 선선할 때 무언가를 하려고 이 추운 날에 신랑 될 사람과 발을 맞추어 지역 안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다짐을 하고, 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앞서 기술한(요즘 단어가 이상해졌어요. 보고서 때문입니다) 내용들 때문에 괜히 어른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고, 무섭습니다. 언제 이걸 다 하나 막막했다가, 또 눈 질끈 감고 해내버리기도 하고.


이렇게 서술하니 사회적 제도는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 제도가 둘이 좋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는 생각입니다. 양가 어른들은 생각보다 개방적이고, 또 신기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으며,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진취적이게(?) 저희의 앞날을 축복하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혼 '준비'라는 걸 하면서 부모님의 새로운 면모를 많이 봤다고 해 두겠습니다.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새삼 깨닫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누군가의 자식일 뿐이었는데 다른 의미로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입니다. 노동을 해야 하는 사회 구성원인 것은 똑같은데, 혹여 자식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그 구성원의 몫을 더 공고히 해야겠지요... 이 글을 볼 예비 남편, 당신도 마찬가지...


가 본 적이 없어. 그래도 휩쓸리지만 말자.
아니, 쓸려가도 좋으니까 같이 가.


드레스든 메이크업이든 모든 초점을 저에게 맞추는 신랑에게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식장에서 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랑 신랑은 못 먹어도 남들을 든든하게 먹이고 싶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부터 배가 터질 예정입니다. 홀의 식사를 한 번씩은 해 봐야 한다고 친구들이 성화입니다. 몸을 만들고 있는데 다시 찌우는 기분이네요. 곤약밥은 거들뿐. 거드는 수준이 아니라 더하는 수준인가?


결혼 준비하면서 그렇게 많이 싸우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한 번 더 다짐합니다. 으르렁거리며 서로는 잡아먹지 않기로. 이미 하루 24시간, 일주일치의 시간은 너끈히 잡아먹고 있고, 구태여 두 어번 더 비교를 해 가며 머리를 쓰고 있고... 그러니 그 두 가지에 반비례해서 애정을 더 키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3. 관심사 / 행복도


(관심사 키워드는 색으로 표시...)

다른 건 아닌데, 요즘은 특히나 라탄 인테리어가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틈틈이 들어가던 홈페이지에서 "얀(털실)으로 만드는 가방! 우와!"... 같은 사진들을 많이 게시 한 걸 봐 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자신이 없어서 시도는 해 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뜨개질을 잘 해내시고 가방도 뚝딱뚝딱 만드는데 저는 몸 자체가 뚝딱이라서요. 예전에는 우드를 너무 좋아했는데, 이번에 취향이 쓸데없이 확고해져서 휴양지 느낌을...

나른하면서도 활용도가 있어서 라탄 인테리어를 더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우선은 그렇습니다. 문외한인 저는 인테리어도 공부를 생각했었는데요, 이게 보고 있으니 할 게 참 많습니다. 고려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고, 변수도 있고... 엄두도 안 납니다. 가구 배치 정도 하면서 모서리 활용이나 좀 하면 다행이겠습니다.

건축 및 인테리어 종사자 분들 존경합니다. 봄에 시간이 된다면 라탄 공방에 남편 데리고 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OTT에 좋은 (주제가 확실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많이 나옵니다. 넷플릭스나 여러 매체들이 저에게 추천해 주는 장르가 모두 무겁고 잔인하고 혈흔이 낭자한 것들 뿐이라서 동생이 요즘 힘드냐고 물어봤는데, 전혀 힘들지 않고 재밌습니다. 요즘 핫한 '더 글로리'같은 학교 폭력 관련 이야기도 저는 재미있게 봐요. 시나리오, 미디어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다 저마다의 색채와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OTT 서비스도 저는 자꾸 결제만 하고 저희 아버지가 모든 걸 섭렵하고 계셔서 이번 주말에는 시간 되시는지 여쭤보고 같이 좀 봐야겠어요. 아버지랑 저랑 취향이 비슷한 게 이럴 때는 좋습니다. 역사물 볼 때 빼고...


그리고 요즘 붕어빵 먹기는 왜 이렇게 힘이 듭니까? 하다 하다 붕세권이라는 단어도 튀어나왔던데, 다른 분들도 자신의 취향을 채우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거지요? 슬프게도 오늘도 실패합니다. 실패 예정이지요.

겨울이 다 가는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문 연 곳이 아예 없어요... 있으면 집에 사들고 가서 가족들 하나씩 입에 물려줄 텐데. 혹시 자세하고 확실한 취향을 여쭤보신다면 저는 무조건 슈붕입니다. 잉어빵과 붕어빵의 차이를 게시해 둔 글을 봤는데, 저는 그것도 만드는 주인장 손 탄다 싶던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제목에 [행복도]라고 거창하게 적어뒀는데, 사실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행복 지수는 차근차근 채우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신기하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머리가 아픈데, 행복하긴 하고.

이렇게 근황 전하는 것도 사실 행복입니다. 이 시간에는 기구를 만진다거나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거든요...






4. 소설


음... 이 카테고리는 드릴 말씀이...

그저 계속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부분도 친구들이 많이 화를 냅니다.

맞아요. 나가고 싶은 공모전을 3개 모두 놓치고 나니 제 컴퓨터 드라이브 한 구석에 고이 잠들어있는 미완의 글들이 너무 가엾습니다. 미안해, 자식(나의)들아.

머릿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아, 회생을 시작하자. (~2월 29일까지... 꼭.)

다각도의 사람들, 그 수요와 공급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가볍게 쓴 글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점심시간을 할애해서 쓴 직장인(아르바이트생)의 글이니

예쁜 나의 독자님들께서는 부디 너그러이...


또 올게요.

작가의 이전글 남을 위해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